안이한 대응·경험 부재·병실문화 원인
기존 메르스와 다른 전파 양상 나타나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병원 내 감염을 넘어 지역사회로 확산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응급실이 아닌 외래환자가 감염된 데 이어 감염된 환자를 이송한 구급대원과 동승자까지 추가로 감염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한국 메르스 바이러스의 특징은 한마디로 낮은 치사율과 강한 전파력이다.
대책본부가 국내 메르스 환자 58명의 양상을 조사한 결과 국내 확진환자 가운데 사망률은 7.4%로 세계 메르스 평균치사율 40.6%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례는 긴밀한 접촉이 있어야 하며, 60대 이상 고령 환자에게만 잘 감염된다는 메르스의 기존 공식을 깨뜨렸다.
메르스는 외국의 경우 환자 1인당 평균 0.6~0.8명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1번 환자는 36명을, 14번 환자는 70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메르스에 대한 경험 부재와 낮은 전파력에 대한 과신으로 보건당국이 이런 ‘슈퍼 전파자’를 예상하지 못해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사회의 메르스 전파 속도가 빠른 이유에 대해 의료진의 경험 부재, 다인실 병원문화, 의료쇼핑 관행 등을 꼽았다.
케이지 후쿠다 WHO 사무차장은 “발생 초기에 한국 의료진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부분의 의료진은 이 질병에 익숙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호흡기 질환 증상을 보였을 때 잠재 원인으로서 메르스를 떠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병원의 경우 감염예방 통제조치가 최적화되지 않아 응급실이 붐볐고, 다인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가 지냈다”며 “이런 것도 감염을 확산시키는 데 일부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3차 감염자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한국 사회에 특정 관습과 관행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 “의료쇼핑 관행, 여러 친구나 가족들이 환자와 병원에 동행하거나 문병하는 문화 등으로 인해 감염이 더 확산됐을 수 있다”고 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메르스 바이러스의 변이는 없지만 사우디와 한국의 바이러스 전파 양상은 다른 측면이 많다”며 “향후 나오는 환자를 좀 더 관찰해봐야 메르스의 특성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실제 전염병은 유행이 다 끝난 뒤에 후향적 분석을 통해 입증되는 경우가 많다”며 “메르스 발병 역사가 3년밖에 되자 않아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WHO는 한국의 메르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자 조기 파악과 전원 격리 △모든 의료시설의 감염예방·통제 조치 이행 △접촉자와 의심 환자의 여행 금지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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