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핀테크 경진대회를 통해 씨앗을 심었으니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한 후반 작업에 주력하겠다."
김한 JB금융그룹 회장 겸 광주은행장은 22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핀테크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JB금융이 지난 16일 국내 은행권 최초로 연 ‘핀테크 경진대회 비상(飛上)'을 막 끝낸 시점이었다.
무려 3개월이나 진행된 경진대회에 금융권 안팎의 관심은 뜨거웠다. 총 상금 1억3000만원이 걸린 이번 경진대회에서는 총 100여개팀이 응모해 기술사업화 부문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 부문에서 실력을 겨뤘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전문평가단의 심사를 거쳐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가장 뛰어난 6개팀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렇게 뽑힌 수상작은 JB금융의 핀테크 프로그램인 '인큐베이팅'을 통해 핀테크 기업에 대한 정보기술(IT) 지원 및 금융지원을 받는다. 인큐베이팅을 통해 핀테크 기술이 금융환경에 최적의 상태로 구현돼 상품화되면 JB금융과 제휴 및 계약을 통해 실제 업무에 적용하거나 핀테크 업체에 투자해서 함께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방식이다.
김 회장은 "이번 경진대회에서 느낀 점은 탁월한 핀테크 기술이 금융업무를 이해하지 못해 실현이 안되고, 반대로 금융사가 핀테크 기술을 간과해 서로 올바른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며 "이같은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멘토링 단계를 적용했고, 비즈니스 모델 방향성을 구체화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경진대회만 연 것이 아니었다. 본선에 진출한 모든 수상자에게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홍보할 수 있는 시연회도 마련했다.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사 관계자나 IT업체와 미팅을 잡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안 김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시연회에 참여했던 핀테크 업체들의 명함이 동날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김 회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그러나 책임의식을 가지고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게 김 회장의 목표다. 그는 "핀테크 경진대회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JB금융의 혁신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매년 핀테크 경진대회를 통해 우수기술을 가진 기업을 발굴·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문을 바꿔 광주은행에 대해 물었더니 전북은행과 합병하지 않고 '투뱅크 체제'로 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두고 금융노조는 김 회장을 "은행 간 합병 및 대형화가 ‘금융 선진화’와 동일시되는 풍토 속에서 소신있는 경영철학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라며 이례적으로 호평했다.
김 회장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이미 각각의 브랜드 파워가 확고하고, 영업 지역이 겹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선의의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은행 간 공동망 운영, 연계영업 등 자회사 간 시너지를 내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두 은행을 통해 JB금융을 소매영업에 특화된 금융그룹으로 성장시키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회장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경기도 진출을 허용하면서 지난 4월 지방은행 최초로 경기도 수원에 진출했다. 전북은행 수원지점은 서울, 인천 등의 지점과 마찬가지로 4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는 미니점포 형태로 개설됐다. 입주건물의 1층만을 고집하지 않는 탄력적인 선정과 작은 지점 규모는 이번에도 적용됐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경기은행이 퇴출되면서 '지역밀착 관계형' 금융에 공백이 생긴 대표적인 지역이 경기도"며 "그동안 대출수요는 많지만 지원이 원활하지 못했던 중소기업이나 서민, 출향고객 등을 위한 영업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당경쟁 우려에 대해서는 "기존 시중은행에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겠다는 목표로 접근한다면 지금의 경기도 진출은 경쟁의 관점이 아닌 신시장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며 "1~2년 정도의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집착하지 않고 지역은행의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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