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경을 짜게 만든 결정적 요인은 수출 부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타나 내수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다.
추경은 전년도에 이미 마련한 당해연도(1~12월)의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을 말한다. 정부는 세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거나 예기치 못한 지출요인이 생겼을 때 추경을 짜고 국회 동의를 받아 집행한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매년 정부가 예산에 따라 거둬들이는 수입이 세입(歲入), 이를 토대로 지출하는 금액이 세출(歲出)이다.
일반적으로 추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는 기존 예산보다 지출을 더 많이 하게 되는 세출추경을 가리킬 때가 많다.
세출추경이 이뤄지면 정부가 직접 지출하는 사업 항목과 액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경기를 띄우는 효과가 나타난다.
세입추경은 예상보다 세수(稅收·세금 수입)가 덜 걷힐 때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편성한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추경이 편성된 것은 10개년이다.
이 가운데 세출추경만 편성된 것이 6번, 세입추경이 함께 이뤄진 것은 4차례다.
2001년과 2003년에는 한 해 두 차례씩 추경을 편성하면서도 세입추경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세수부족 사태가 이어지면서 2009년과 2013년에는 잇따라 각각 11조2000억원, 12조원의 세입추경이 병행됐다.
추경에 필요한 재원은 △국고채 발행 △한국은행 잉여금 △세계잉여금(정부가 전년도에 쓰고 남은 돈) △정부기금 자체 재원 등으로 조달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추경의 주요 재원으로는 세계잉여금과 한은 잉여금이 활용됐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세금 수입이 많았기 때문에 총세입에서 세출을 하고 남은 돈과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걷힌 세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에 4조6000억원 규모로 추경을 편성할 때는 2007년에 남은 16조원의 세계잉여금에서 대부분을 충당했다. 따라서 추경을 한다고 해도 국가채무가 불어날 위험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세수 부족으로 세계잉여금이 쪼그라들면서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추경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졌다.
2009년 28조4000억원의 '슈퍼 추경'을 편성했을 때는 국채로 전체 재원의 55%(16조원)를 채웠다.
2013년에는 추경 재원의 93%를 국채 발행으로 채웠다. 세계잉여금 3000억원, 한은 잉여금 2000억원, 세출 감액분 3000억원 등을 활용하고, 나머지 15조9000억원은 국채를 발행했다.
올해 편성되는 추경 예산 대부분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될 가능성이 크다.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6000억원, 지난해 10조9000억원으로 세수 부족분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정부가 따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많지 않다.
추경 편성으로 올해 말 국가채무가 600조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추경은 경기를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추경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만성적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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