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野, '혁신'으로 계파 청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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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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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지난 20일 중앙위원회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결연한 표정으로 "혁신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김상곤 혁신안'이 '대표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혁신안'임을 거듭 강조하며 비노(비노무현)계 의원들을 향해 불신의 눈초리를 거둘 것을 요구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김상곤 혁신위원장 역시 "계파주의를 혁신의 이름으로 버려달라"고 강조했다. 혁신안 지지를 호소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는 절절함마저 담겨 있었다.

문 대표나 김 위원장 뜻대로 당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온 계파주의를 '혁신의 이름으로' 청산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나온 쇄신안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혁신위는 △최고위원제 폐지 △부정부패 등으로 재·보궐선거의 원인 제공 시 무공천 △ 사무총장직 폐지 및 5개 본부장 체제로 개편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설치 등을 혁신안으로 내놨다. 비노계 의원들은 이러한 혁신안을 두고 "친노 패권주의 청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대표의 권력을 분산하는 방안은 교묘하게 빗겨갔다"고 반발한다. 혁신위가 사무총장제를 폐지하는 대신 본부장과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위원장을 대표가 임명하게 한 탓이다.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직이 사라져도 결국 대표의 권한은 막강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지역에는 공천하지 않는다'는 혁신안도 마찬가지다. 비노 측은 10월 호남 재보선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 책임론'이 또다시 불거질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 문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호남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 지역에 공천을 안 하면 선거에서 패배할 일도 없고 문 대표가 책임을 물을 일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문 대표에게 유리한 혁신안이라는 의심이 수그러들기 어려운 이유다. 

문 대표는 지난 의총에서 "혁신안을 두고 이런저런 불만이 제기될 수 있지만, 완벽한 혁신이란 있을 수 없다. 어차피 혁신은 사람이 실천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계파적 관점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혁신을 계파적 시각에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문 대표의 인식이 오히려 당내 갈등을 촉발시키는 측면도 있다. 계파 갈등 해법을 찾기 위해 혁신위를 출범시켰다면, 철저히 계파적 시각에서 혁신안을 바라보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을 고쳐야 한다"는 비노 측의 반발을 잠재우지 못한다면, 계파 청산과 당 개혁은 불가능하다. 대표의 권한을 끊어낼 과감하고 확실한 결단이 선행된다면 적어도 "묘한 장치를 두고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100% 돌려주려 하지 않는다"(유성엽 새정치연합 의원)는 논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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