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20여분간 독대한 이후부터다. 그간 비밀에 부쳐진 당시 만남에서 두 사람이 노동개혁 추진에 합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독대 다음 날인 ‘이승만 전 대통령 50주기 추모식’에서 “나라를 위해서 표를 생각하지 않고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올해) 하반기에 노동개혁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당력을 총동원해서 추진하겠다”면서 “표를 잃을 각오로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과 관련 “우리 정부도 그냥 편안하게 지나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저는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으로 국민들과 다음 세대에 좀 더 나은 미래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 저의 의지”고 역설했다.
당정이 모처럼 노동개혁 추진에 뜻을 같이 한 것인데, 문제는 이를 주도할 새누리당에서 구체적인 노동개혁의 로드맵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큰 소리만 치다가 노동계와 야당의 반발에 눌려, 앞서 ‘공무원연금 개혁’때 처럼 결국 ‘맹탕 개혁’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김 대표는 작년 9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표 떨어지는 줄 알지만 공무원에게 맡기면 망한다”며 “정권을 잃을 각오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국민대타협기구가 연장된 ‘실무기구’에서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만들면서 청와대조차 만족 못하는 어설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당장 새누리당으로선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 격차 문제 개선을 위해 꾸려진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4월 한국노총의 결렬 선언으로 활동이 중단된 것을 정상화하는 것부터 숙제다. 또한 정부가 내년 ‘60세 정년 연장’에 따른 기업부담 해소를 위해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행정지침으로 마련, 지난달 말까지 발표하려했지만 민주노총 등의 총파업 엄포로 유보한 문제도 선결과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당청은 한몸’이라는 정치적 스탠스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노동개혁 방법론을 뒤로 하고 25일 미국행에 나서는 것에 따가운 시선이 존재한다. 그나마 22일 황교안 총리 취임 이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구체적인 노동개혁 관련 방법론이 나올 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 때처럼 원유철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에 ‘일 떠넘기기’를 할 경우, 여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표 잃을 각오’가 아닌 실제로 표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앞서 연금개혁의 과오를 거울 삼아, 노동개혁에서 만큼은 특유의 ‘무성대장(무대)’다운 저돌적 리더십과 치밀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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