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예상밖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의 기자회견까지 더해지면서 양국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2011년 김정은 체제로 전환된 뒤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시험 강행, 장성택 숙청 등 사건을 겪으면서 북중관계가 급랭됐으나 차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랴오닝(遼寧)성, 지린(吉林)성, 헤이룽장(黑龍江)성으로 이뤄진 동북3성을 이번달에만 두번째 방문했다. 동북3성은 최근들어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 곳이다.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올 1분기 성장률은 각각 1.9%, 5.8%, 4.8%로, 국가전체 성장률(7%)를 크게 밑돌았다.
동북3성은 북한 접경지역으로,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동북3성 경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낙후한 산업설비. 현재 생산성이 더욱 높고 친환경적인 설비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중국으로서는 기존 설비들을 북한에 수출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산업설비를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하더라도 충분한 대가를 얻어낼 수 있다.
◆시진핑 9일만에 동북 재방문
이같은 배경에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16일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방문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한·중국·러시아 3국 간 경제협력을 염두에 두고 추진돼온 두만강 유역 경제벨트 프로젝트인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 개방 선도구' 사업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동북지역의 낙후된 공업기지를 중흥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26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대해 두 차례 경의를 나타냈다. 이는 김 제1위원장의 대중 유화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지난 27일 시진핑 주석이 랴오닝성 선양(瀋陽)을 전격 방문했다. 이례적으로 동북지역을 연이어 두차례 방문한 것. 시 주석은 선양에서도 마찬가지로 동북지역의 옛 공업기지 진흥을 강조했고, 랴오닝성이 추진중인 대외개방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3성 개발은 북중경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선양방문 역시 이러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김정은 계속되는 친중국 발언
같은날인 27일 김정은 제1위원장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화환을 보냈다. 이 곳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공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사망한 마오안잉(毛岸英)도 이곳에 묻혀 있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의 헌화사실을 28일 집중보도했다.
이어 28일에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베이징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지 대사는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한 책임은 모두 미국에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조선은 대화재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한반도 정세가 격화되고 있다"며 기자회견 내내 미국에 대한 비난목소리를 쏟아냈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지 대사의 발언은 대화결렬을 전적으로 미국탓으로 몰아가며, 중국의 책임이 결코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 대사는 북중관계 호전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미국에 대한 압박을 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북중관계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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