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증시가 심상치 않다. 단순히 거품 붕괴 우려를 넘어 중국 경제, 정치체제 심지어 글로벌 시장에 위기의 파도에 몰고 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중국 관련 당국은 물론 언론까지 공포로 물든 시장 안심시키기에 발 벗고 나섰다.
중국 증시는 지난달 12일 이후 하락세를 탔다. 당국이 무더기로 각종 진정제를 쏟아내면서 살아나는 듯 했지만 약효는 약했다. 이번주 첫 거래일인 27일 8.48%의 8년5개월래 최대 낙폭을 보이며 '암흑의 월요일'을 연출했다.
이날 하루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증발'된 시가총액만 855조원에 이른다. 이는 스위스 국내총생산(GDP) 6884억 달러(약 800조원)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튿날인 28일 낙폭은 다소 줄었지만 2000개 종목이 모두 새파랗게 질리며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물론 언론이 즉각 진정에 나섰다. 중국 증권사들도 계속해서 낙관적 목소리를 내며 "조정장이 거칠지만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블랙 먼데이를 연출한 27일 가장 먼저 '쇼크' 수습에 나선 것은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였다. 발개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발개위는 최근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는 증시를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부양책)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중국 경제 펀더멘털은 안정을 찾고 성장세를 지속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자본시장 역시 진통 끝에 곧 안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항간에서 제시된 중국 증시, 경제 위기설은 '지나친 우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중국 당국의 각종 부양책이 힘을 못 쓸 뿐더러 더 이상 부양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태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도 해석됐다.
중국 증시가 이례적인 폭락장을 보이자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과도한 정부 개입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더해 중국 자본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감지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 폭락이 경제적 타격은 물론 당국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제 총리 리커창(李克强), 나아가서는 중국 공산당 전체를 위협하는 '폭탄'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발개위가 직접 "문제없다,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들고 나온 것이다.
돼지고기 가격 폭등으로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대로 상승, 통화 당국의 유동성 공급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는 우려는 인민은행이 덜어줬다.
인민은행은 28일 역(逆)환매조건부채권(RP)를 통해 500억 위안(약 9조원) 유동성을 추가 수혈하고 "기존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을 재차 천명했다. 이는 항간의 우려와 달리 인민은행의 통화완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증권 당국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도 나섰다. 장샤오쥔(張曉軍) 증감회 대변인은 28일 오후 "폭락장을 연출했던 27일 투매세가 집중된 곳이 어디인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 대폭락의 배경에 일시적으로 제한한 '대규모 매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내부고발과 시장 모니터링 결과를 집중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언론공세도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8일 중국 증권 전문가들의 발언을 모아 "중국 증시 폭락이 중국 당국 부양책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당국의 노력으로 증시가 회생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당국이 내놓은 무더기 부양책으로 시장 유동성이 회복되고 주식거래중단 기업 50%가 시장으로 복귀하는 등의 성과를 거둔 것이 정책효과가 있었다는 증거로 언급됐다. 또한 이번 폭락과 시장 혼란이 각종 투기행위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중국 다수 증권사들도 "거세게 요동치는 조정장이 시장에 위기감을 조성하고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경제가 안정된 만큼 증시도 곧 '느린 소' 불마켓 기조를 되찾을 것"이라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해외 여론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중국 당국도 이렇다할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중국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나 유럽중앙은행 총재 같은 '독자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 없다"며 "인민은행 등 금융 당국 수장들이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어 시장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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