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신희강 기자 = 최근 합의된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서 한국의 수출 효자 종목인 액정디스플레이(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관세철폐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수출시장에 중국발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이 세계 1위 기술을 보유한 LCD와 OLED가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관세철폐 품목에서 이들을 제외시켜 자국내 LCD 업체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시장 및 산업보호를 이유로 이번 협정에서 LCD, OLED 등을 제외하기로 먼저 미국과 합의한 뒤 다른 나라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LCD기술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8세대 액정표시장치 생산량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이며 플라스틱 디스플레이·플렉시블 등 차세대 기술도 무섭게 쫓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2006년부터 대형 디스플레이산업에 주력해 오다 지난해 '2014~2016년 신형 디스플레이 산업 창조발전 행동계획'을 수립했다. 향후 3년 동안 저온폴리실리콘(LTPS)와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기술을 키워 2016년까지 중국의 신형 디스플레이 산업이 생산량 세계 2위, 세계시장 점유율 20%, 3000억 위안 규모의 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미 중국발 LCD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한국이 자리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유사한 LCD 가격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중국 액정패널 제조업체 BOE(경동방그룹)가 10.5세대 LCD 투자를 양산하기 시작하면 차별화될 제품없이는 고사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OLED의 경우 여전히 우리와 중국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몇년 이내에 우리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이제는 TV, 자동차 등 LCD나 OLED의 응용제품에서 최고성능과 높은 부가가치를 통해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지 못하면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 디스플레이 시장은 32인치 이상의 제품에 대해서만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해 2013년부터 중국 쑤저우와 광저우에서 LCD공장을 가동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부문 전세계 수출액은 2013년 273억 8700만 달러, 2014년 256억 12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264억 9200만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 전체 수출규모의 5%에 달하는 큰 비중이다.
한편 득보다 실이 많다는 ITA협상 논란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체적으로는 수출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반드시 실이 많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면서 "결과적으로 우리가 수출할 부분들이 휠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 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LCD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며 "중국은 LCD시장 개방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것이 중국의 일관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ITA 과거 합의의 최대 수혜국은 한국이고, 이 덕분에 IT 강국 코리아가 가능했다. 때문에 수혜 받은 만큼 이제는 베풀어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이번 ITA협상에 따라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고 개방될 수 있지만, 정부는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필요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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