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지난 4월까지만 해도 2200선을 눈앞에 뒀던 코스피 지수가 석 달여 만에 2000선 초반으로 밀려났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은 현대글로비스와 삼성SDS, 삼성생명 등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관련된 종목을 나란히 바구니에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9.50포인트(0.97%) 오른 2027.99로 장을 마쳤다. 하루 만에 반등에는 성공했으나,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4월 23일(2173.41)에 비하면 약 3개월만에 6.69% 하락했다.
이는 달러강세에 따른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과 차익실현을 노린 기관투자자의 매도세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조6113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와 중국 증시 폭락, 메르스 사태 등 악재가 잇따라 겹치자, 7월까지 두 달간 2조840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자는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순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팔아치운 주식만 9조6557억원어치로 10조원에 다소 못 미치는 규모다. 이런 추세 속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를 한 종목들이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이다.
기관투자자가 올해 들어 산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총 494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사들인 전체 종목 가운데 코덱스 레버리지에 이어 순매수 규모 2위다. 외국인 역시 4175억원어치를 샀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의 한 축에 있는 회사다. 지난 2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블록딜(대량매매)을 통해 현금 확보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릴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밖에 현대모비스와의 합병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와 관련이 있는 삼성SDS와 삼성생명도 이들이 동반 매수한 종목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됐다.
업계에서는 개편작업 막바지 수순으로 향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지분을 가진 삼성SDS와, 이재용 부회장이 19%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SDI의 합병 카드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바구니에 담은 종목들의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이날 19만2000원으로 작년 말(29만1500원)에 비해 34.13% 떨어졌다. 삼성생명 역시 10만6000원으로 같은 기간 9.01% 하락했고, 삼성SDS는 0.34% 오르는 데 그친 29만4500원을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등 제조업 대표 종목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이 판 종목 1위에 올랐다.
매도 주식 규모만 5388억원어치에 달했다. 기관 역시 4284억원어치를 매도했다. 당분간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 향방, 중국의 경기둔화 등 산적한 대내외 변동성 요인들로 인해 8월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개연성이 있다"며 "수급불균형 해소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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