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이유득 이지함화장품 사장 "한국형 '닥터코스메틱'으로 중국 여성 유혹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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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7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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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키도 작고 왜소했던 10살 어린 소년은 가난이 지긋지긋했다. 어머님은 인천 수산시장 앞 행상에서 생선을 팔며 삼남매를 키웠다. 충남 홍성에서 보냈던 풍족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은 아버지가 도박 빚으로 탕진한 전 재산과 함께 일찌감치 사라졌다.

공업화가 한창이던 1970년 인천. 아버지를 따라 상경했지만 곧바로 도시빈민이 됐다. 그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9년간 가난은 지독하게도 따라다녔다. 잘 먹지 못해 키가 작았고, 항상 빈털터리였던 주머니 탓에 친구를 만날 수도 없었다. 또래의 어린 친구들이 장래희망에 '훌륭한 사람'을 쓸 때 '부자'를 쓰면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부자가 되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했다. 그때 그가 할 수 있는 건 공부 뿐이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할 때가 되자 담임선생님은 공업고등학교를 권했다. 공부를 더 해봐야 대학교에 갈 형편이 안 되니 차라리 돈을 벌라는 얘기였다. 어머니는 불같이 화를 냈다. 가진게 아무것도 없었던 어린 소년이 훗날 한국 '닥터코스메틱'의 시초를 만들 것이라는 사실은 그때 아무도 몰랐다.

이지함 피부과 이유득 원장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이지함 피부과 원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서울 강남 이지함 피부과 본점에서 만난 이유득 원장(54·사진)은 자신감이 넘쳤다. 1990년대 초반 이화여자대학교 앞 조그만 피부과 의원 원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국 이지함피부과 12개 매장과 이지함 화장품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수장이 됐다.

이 원장은 "올해로 이지함 피부과를 운영한지 21년, 이지함 화장품을 만든 지는 15년째가 됐다"며 "이제 막 성인(20년)이 된 이지함의 새로운 1년을 맞아 '이지함' 브랜드를 'K-뷰티' 대표브랜드로 육성하고 화장품도 3년내 3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자신했다.

◆ 동료 의사들이 비웃던 전문 피부과의 등장

1994년 이화여자대학교 앞. 전국 핫 피플이 모여들던 이곳에 국내 최초로 미용을 목적으로 한 피부과가 들어섰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 시절에 만난 이유득, 지혜구, 함익병 세 피부과 원장이 뭉쳐서 만든 여드름 전문 피부과과 문을 연 것이다. 피부과 이름은 세 원장의 성을 묶어 '이지함'이라고 지었다. 

동료 의사들은 비웃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피부과가 지금처럼 인기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술도 주로 비뇨기과가 주를 이뤘다. 당시 피부과는 주로 무좀이나 습진·임질·매독 등과 같은 피부질환이나 성병, 포경수술 등의 치료가 주류였다. 미래가 창창한 젊은 원장들이 피부과를, 그것도 여대 앞에 만들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던 여대생들은 전문 피부과 등장에 열광했다. 이지함은 여드름 치료에 있어 20년간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지함은 이제 여드름 치료 노하우를 접목한 이지함 화장품으로 '닥터코스메틱(병원 기반 화장품)'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유득 원장이 있다.

이 원장은 "이지함 화장품은 이지함 피부과가 21년간 축적한 여드름 피부의 수많은 임상데이터를 농축해 만든 병원 기반의 닥터코스메틱 브랜드"라며 "화장품 법인을 설립한 2000년 이후 15년간 연평균 30%이상의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업체 ODM 제조·수출 확대…매출 3년내 300% 키울 것

이지함 화장품의 대표 제품은 '기적의 파란물약'으로 불리는 여드름 치료제다. 여드름 및 트러블 피부를 고민하는 환자들이 피부과를 방문하면 이 원장이 물약을 만들어 처방했다.

그러나 2000년 의약분업으로 병원에서 약을 제조할 수 없게 되면서 '기적의 물약'도 단종됐다. 다시 물약을 만들어 달라는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원장은 화장품 회사를 설립하고 물약을 여드름 전용 화장품으로 만드는 레시피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지함 화장품은 1999년 풀무원 공장을 빌려 '자연주의' 콘셉트의 제품을 처음 출시했다. 피부에 순한 화장품을 강조하려다 보니 유통기한이 짧았다. 냉장 화장품을 고집하다보니 보관에도 애로사항이 많아 전 제품이 폐기처분되는 아픔도 겪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현재의 인기 여드름화장품 '컬러시리즈'가 개발됐다. 2000년 9억원의 매출로 시작한 이지함화장품은 어느덧 1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 시작된 중국 화장품 업체 ODM제조와 수출 계약이 마무리되면 화장품 매출도 3년내 3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함 피부과 이유득 원장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이지함 피부과 원장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피부과-의료진-화장품 원스톱 수출…한류 뷰티의 정수 보여줄 것

이 원장의 목표는 다른 피부과에서도 이지함 화장품을 믿고 추천할 수 있는 기능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매달 각 지점의 피부과 전문의와 화장품 관련 연구진이 모여 제품개발 회의를 한다"며 "피부과 전문의가 직접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국내 닥터코스메틱 화장품 가운데 우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피부과 전문의들의 치열한 논의 끝에 탄생한 것이 곤충에서 분리한 항생물질인 '코프리신' 성분으로 개발한 화장품이다. 코프리신은 가축 배설물 속에 사는 애기뿔소똥구리의 생체방어물질로 여드름 원인균에 강한 항균, 항염효과가 뛰어나다.

최근 출시된 지네화장품도 아토피에 효과적이다. 이 원장은 자연 속 천연성분으로 화학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더마 화장품(의약품 기반 화장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중국 수출도 늘어난다. 이 원장은 "이지함화장품의 기술력을 알아본 중국 현지 화장품 업체들이 ODM 러브콜을 보내와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며 "불황속에서도 해외 매출은 매년 150~200%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ODM물량과 현채 체결중인 수출 계약이 마무리되면 올해 깜짝 실적을 올릴 것"이라며 "기존 제품을 중국에 가져다 파는 것이 아니라 중국 방판, 온라인, 오프라인매장 등 각 채널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의 피부과를 중국에 세우고, 의료진과 진료시스템을 수출한 뒤, 화장품을 판매하는 연구-생산-수출 원스톱 시스템 구축"이라며 "이지함 화장품을 통해 중국 사람들이 한류 뷰티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통째로 '이지함' 팔라고 러브콜…중국에 피부과 1000개 낼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

한국 더마코스메틱을 인수하려는 중국 자본의 공세는 무서울 정도다. 한국 화장품의 프리미엄과 피부과 전문의에 기반한 닥터코스메틱 브랜드는 이지함만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지함화장품은 중국 화장품 및 유통업체 등 다수의 대기업에서 M&A 러브콜을 받았다.

이 원장은 "수출을 위해 중국 바이어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이지함'을 통째로 팔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피부과와 화장품은 한 몸이기 때문에 따로 떨어뜨려 팔 생각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여러 지점 원장님들이 이지함 지분을 공동소유 하도록 만든 것도 화장품을 손쉽게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는 의료진들의 연구개발 의지를 키워 한류 뷰티가 유행처럼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함화장품은 올해 퀀텀점프 목전에 와있다. 올 연말 이지함 피부과 몽골 1호점과, 내년 상반기 태국 2호점이 오픈하면 화장품 수출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몽골과 태국, 중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지함피부과가 유명하다.

그는 "중국 여성들이 한국 피부과, 화장품에 열광하면서 막대한 양의 차이나 머니가 한국에 쏠리고 있다"며 "우리의 병원시스템, 의료진, 화장품을 원스톱으로 수출하면 그게 애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의 자본과 이지함의 기술력을 융합해 은퇴하기 전까지 중국에 이지함 피부과 1000개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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