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광복 70주년, 정종에 묻힌 '전통주'…이제 복원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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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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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서 국순당 BM팀장

전지현씨와 하정우씨가 주연인 영화 ‘암살’이 화제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의 친일파 및 일본군의 조선주둔군 사령관을 암살하기 위해 벌이는 작전을 그린 영화다.

암살의 인기 이유는 잊고 있었던 아픈 역사를 다시 보여주며 되돌아 보게 한데 있다고 본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지금의 자유가 과거 선조들이 목숨 받쳐 싸워 쟁취한 결과였다는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많은 관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영화 마지막 부분에 암살 작전 중 돌아가신 독립군들의 이름을 한 분씩 부르며 읍조리듯 말하는 ‘다들 잊혀지겠죠, 미안합니다’라는 독백 부분을 꼽는다.

정말 우리가 지금 누리는 자유와 풍요로움이 당연한 것 일줄 알고 있었으며 이를 위하여 희생하신 분들을 잊고 있었으며 미안한 마음조차도 생각지 못했다. 가슴 찡한 반성을 불러온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비단 독립운동을 하다가 희생하신 분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의 소중한 것들이 잊혀지거나 그 의미를 잃었다.

나라 꽃인 무궁화는 일제 강점기에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하여 전국적으로 오래된 무궁화를 모두 뽑아 버리고 새로 심는 무궁화는 지저분한 곳에 심어 고의적으로 무궁화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무궁화가 안질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소문도 퍼트리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전통주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사라지고 주류문화는 변질되었다.

문헌으로 전해지는 약 600여가지가 넘는 우리의 전통 가양주(家釀酒)는 조선총독부의 주세령 발표에 따라 엄청난 세금이 붙고 가정에서 담그던 가양주에까지 면허제를 적용하면서 공장이 아니면 술을 만들 수 없도록 하며 사라졌다. 거기에 전통주는 숙취가 심하다는 등 잘못된 인식이 더해졌다.

가양주는 단순한 술 빚기가 아니라 빚은 술을 손님과 이웃, 가족과 어우러져 나누면서 서로를 연결하여 공동체라는 의식을 갖게 했던 고리역할을 했다. 그러나 가양주가 사라지면서 이러한 공동체 의식도 약해졌다.

일제강점기에 전통 가양주가 사라진 자리에는 일본에서 도입된 일본식 청주가 자리를 차지하고 마치 우리 전통주처럼 주인행세를 하였다.

당시 일본인이 부산에 일본식 청주공장을 세우고 여기서 정종(正宗)이라는(일본어로 ‘마사무네’) 상표의 일본식 청주를 만들었다. 이후로 우리나라 전통 청주는 사라지고 일본식 청주인 ‘정종’이 차례상에 올랐으며 아직까지도 청주를 ‘정종’(正宗)이라고 부르는 일제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다.

우리나라 전통 차례주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여 순수 발효방식으로 빚으나 주정이 함유된 정종은 우리 고유의 청주와는 제조 방식이 다르다. 주정은 물이 함유되지 않은 95% 이상의 에탄올을 말한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우리는 광복 이후 70년이란 시간에 경제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룩했고 이는 자랑하고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영화 암살의 대사처럼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을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먼저이다.

과거 선조들이 싸워서 지키고자 했던 우리 조국과 우리 문화를 우리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혹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사라지고 왜곡된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미안해 하며 이제라도 다시 기억하고 복원해야 한다..

광복 70주년 추석에는 조상님들께 정종이 아닌 우리 술이 차례상에 올리고 위스키나 와인, 사케 보다는 우리 술이 애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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