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국내 의학계 일부에서 의약품 공급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가 제약사를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학술지 '보건경제와 정책연구' 최근호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양봉민 교수 등은 국영 제약사를 운영하는 국가(태국·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의 현황을 제시하고 국내에서도 국영 제약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국내 의약품의 생산과 공급은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다.
수요가 있는 의약품은 제약사가 수입 또는 제조해 원활하게 판매하지만, 수요가 적거나 이윤 추구가 어려울 때는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수익성 등을 이유로 공급이 중단된 필수의약품이 2010년 56건, 2011년 56건, 2012년 77건, 2013년 85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정부가 기업에 의약품 생산을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이런 '필수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 방안으로 국영제약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태국·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이 국영제약사 운영을 통해 특허만료 의약품뿐 아니라 특허 의약품도 강제실시 등으로 저렴하게 생산·수입해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퇴장방지의약품, 희귀의약품, 자가치료용 의약품, 진료상 필수약제, 공중보건위기대응 의약품 등을 지정해 해당 약품을 제조·수입하는 업체에 관세, 허가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해당 관리 체계상 관리 기관도 제각각이고, 기관별로 기준도 달라 통합성이 부족하다"며 "'필수 의약품'을 공급하는 것이 목적인데 '필수성'에 대한 공통적인 정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제약업계는 이런 주장이 국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가 제약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제약산업이 무너졌으니 정부가 돈을 쏟아서 최소한의 국민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의미인데, 이런 마인드로는 업계가 성장할 수가 없다"며 국영제약사 설립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이 해방 직후, 전쟁 직후면 국가주도 제약사업 운영을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만, 현재로서는 제약사 공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구 용역 '의약품 생산 및 공급의 공공성 강화방안'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공공제약사 설립안을 검토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2013년에는 공공제약사 운영을 정부에 건의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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