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학교 근처에 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학교보건법 등의 규제 개선과 대한항공이 추진했던 경복궁 옆 특급호텔 건립 가능성 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지난 16일 사업자 고 모씨가 서울 중부교육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금지행위 및 시설해제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로써 고씨는 서울 종로구 이화동 서울사대부설여자중학교와 초등학교 인근에 지하 4층~지상 16층 규모의 관광호텔을 신축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해 영등포구에서는 한승투자개발 등이 양평로 일대 600억원을 들여 호텔 건립을 추진한 것과 관련해 남부교육청과의 행정심판에서 이긴 바 있다. 당초 사업부지에서 170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어 불허됐지만 '유흥주점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심의를 통과했다.
본래 관련 규정인 학교보건법은 학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 경계선에서 200m 이내의 절대·상대적 정화구역에 호텔·여관 등을 지을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단 상대적 정화구역에 한해 교육감 심의에서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된 경우만 제외된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은 서울 송현동 일대 3만7000㎡에 7성급 한옥 호텔을 세우려 했으나 풍문여고(이전 예정)와 덕성여중·고가 가까워 민원에 부딪히면서 번번히 실패했다. 2010년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결국 패소했다.
송현동 용지는 고씨의 사업장과 달리 전체 넓이의 5%가량이 절대적 정화구역에 속해 있다. 절대적 정화구역의 경우 서울시 교육청의 승인만으로는 허가가 불가하다.
이에 경제활성화를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3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한진그룹을 위한 특혜입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유해시설이 없으면 정화구역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호텔을 지으면 유흥주점 등이 들어서기 마련이라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에 포함된 호텔 신설과 관련해 인근 해강초교 학부모가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사업에 제동을 걸어 중단된 상태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지어져 정비가 시급하다. 그러나 호텔 사업부지가 해강초등학교 정문에서 90m, 경계선에서 70m가량 떨어진 상대 정화구역에 해당돼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법이 개정되더라도 송현동 부지에 호텔을 짓기 위해서는 자치구 공람 공고와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사를 통해 지구단위계획 변경 승인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기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도 "대한항공 건의 경우 학교 앞 호텔 건립 허가 기준에 대해 정화구역 이내라도 유해 부대시설이 없을 시 허용토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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