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그리스에서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19일(현지시간) 그리스 내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그리스(BTCGreece)가 유럽권 비트코인 플랫폼인 큐비츠(Cubits)와 협력 관계를 맺고 오는 10월부터 그리스 전역에 비트코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000대를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실제 돈은 아니지만 물건 구입 등의 거래가 가능한 가상 화폐다. 거래 내역은 블록 체인(가상 화폐 거래에서 해킹을 막는 기술)을 통해 모든 사용자에게 공개된다. 결제 편의성 덕분에 비트코인 ATM기는 이미 미국을 비롯해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같은 서유럽권에 설치돼 활용되고 있다.
최근 그리스에서는 대체 화폐로서 비트코인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되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본 통제 조치가 내려지면서 은행 영업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져 현금 대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 1일 인출 한도가 한 사람당 최대 60유로로 제한돼 있어 자금줄이 막혔다. 일부 개인과 기업들은 해외 은행에 자금을 은닉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련 플랫폼이 없어 비트코인을 활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비트넷의 아키프 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그리스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면서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에는 비트코인 ATM 설치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비트코인 ATM기가 곳곳에 설치되면 자본 통제와 별개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타노스 마리노스 BTC그리스 설립자는 “벌써 상점 300여 곳이 비트코인 ATM기를 설치하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다"며 "큰 문제가 없는 한 오는 10월께 첫 번째 ATM기를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번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리스 내 경제 생태계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안상 취약점을 갖고 있는 비트코인이 유통되면 그렇지 않아도 정체돼 있는 그리스 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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