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은 "'여자를 울려'는 묵은 때를 벗고 찍은 작품…용기 많이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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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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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별만들기이엔티]

아주경제 신원선 기자 =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에서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김정은에게 '여자를 울려'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 31일 청담동에 위치한 조용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정은은 억척스럽고, 죽은 아들에 대한 모성애로 똘똘 뭉친 정덕인과는 정반대인 청순한 소녀의 모습이었다. 드라마 '여자를 울려' 제작발표회 때보다 훨씬 야윈 모습은 촬영이 힘들었음을 암시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김정은은 전직 형사였지만 학교 폭력의 희생으로 아들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학교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밥집 주인 정덕인을 연기했다. 거친 액션과 엄마의 뜨거운 모성애를 연기한 김정은은 안방극장 시청자까지 눈물짓게 만들어 호평받았다.

"'여자를 울려'는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고, 파란만장했어요. 극한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신을 촬영할 때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죽은 아이를 가슴 속에 묻은 엄마가 아들이 죽게 된 이유를 마주했을 때 어디까지 정신줄을 놓아야 하는지 그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어떤 식으로 정신줄을 놓는다 해도 괜찮다. 뒤에는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있다'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레디'와'액션' 사이에 '나는 엄마다'라고 백 번도 넘게 되뇌인 것 같아요. 죽은 아이 엄마의 감정은 계산해서 연기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그때의 기분은 발가벗겨진 상태로 연기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웃음)"

드라마는 학교 폭력의 희생자 아들을 둔 엄마 정덕인과 가해자 아들을 둔 남자 강진우(송창의)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추구하는 메시지는 '복수'가 아닌 '용서'였다.

"처음에 시놉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정덕인'이라는 여자가 상대를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작품을 마친 지금도 용서를 할 수 있다? 없다?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 없어요. '용서할 수는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다'라는 내레이션이 마지막 부분에 나오거든요. 용서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앞으로 용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겠죠? 용서를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녀는 가장 인상깊고 힘들었던 장면으로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을 향해 울분을 토하던 신을 언급했다. 김정은은 "불특정 다수의 선생님에게 학교 폭력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분노할 때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촬영이 끝난 뒤 스태프가 우는 모습을 보고 '아, 그래도 감정이 전달됐구나'하고 안도했다"며 미소지었다.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정은은 영화 '가문의 영광' '불어라 봄바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드라마 '파리의 연인' '울랄라 부부'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맡은 배역마다 맞춤옷을 입은 듯 편안한 연기를 선보인 그녀는 대한민국 명실상부 '로코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작 '울라라 부부'에서도 신현준과 달달한 부부 케미를 뽐냈다. 그런 그녀가, 심지어 미혼인 여배우가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정을 연기한 것이다. 정덕인이라는 인물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부담감을 지면서까지 출연을 결심했을까.

"여자가 주체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드라마가 흔치 않아요. 오히려 여자 주인공은 갈등을 위한 갈등을 생산하는 민폐 캐릭터로 전락하기 일쑤더라고요. 그런데 덕인은 주체적으로 사건 해결을 하고,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아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주죠. 그런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죽은 아들을 가슴 속에 품은 캐릭터였던 거예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죠."

드라마를 연출한 김근홍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주인공에 김정은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어두운 이미지의 배우가 한 많은 정덕인을 연기하는 것보다 밝은 이미지의 김정은이 연기하면 무거운 이야기도 한 번 걸러져서 시청자에 다가갈 것 같아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에게 '여자를 울려'는 '용기를 갖게 해준 작품'이다. "그동안 다수의 로코물에 출연했고, 제가 연기를 1,2년 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제 어느덧 '중견'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가 다가온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까봐 겁이 나더라고요. '올드한 연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 이 후배가 나를 꼰대(은어로 늙은이, 선생님을 일컫는 말)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하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동안 해왔던 모든 걸 내려놓고, 감독님과 일일이 하나하나 상의하면서 연기했어요. 아는 체 하지않고, 모르면 모른다 의지하면서 작품 촬영을 하다보니까 두려울 것도 없더라고요. '여자를 울려'는 용기를 갖게 해준, 제 인생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작품이에요."

외관상 보여지는 아름다움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끌어 낼 수 있는 역할에 매력을 느낀다는 배우 김정은,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진화된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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