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해 10월 FOMC 정례회의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공식 종료했다. 실업률이 낮아지는 등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돈 풀기(양적완화)가 끝나면서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시기에 세계 금융시장의 눈이 쏠렸다.
연준은 양적완화 종료 전인 2013년부터 '테이퍼링'(양적완화 조치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에 들어가면서 줄곧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56%의 금융 전문가가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내다봤다. 전달 같은 조사의 전망치는 77%였다.
중국 증시 급락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운데 이를 극복할 만큼 미국 경기지표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8월 실업률은 5.1%로 사실상 완전고용(실업률 5.0%-5.2%) 상태다. 최근 7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수는 8월 17만3,000명 증가했다. 5개월만에 최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쳤다. 기준 금리 인상을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가장 예민한 곳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멕시코, 브라질,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이 미국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9월 인상을 확신할 수 없지만 0.25%의 사실상 제로금리를 82개월(2015년 9월 기준)째 유지 중인 미국이 늦어도 올해 안에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최근 8주간 인도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32억8,000만 달러다. 태국과 대만 증시에서도 각각 17억1,000만달러, 13억7,0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도 계속돼 신흥국 통화 가치 역시 하락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터키 리라화는 지난 4달 동안 15%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도 지난 5월 이후 12.5% 떨어졌다.
◆ 신흥국 반등 진단도
일각에서는 신흥국 통화가 곧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랜 하락세로 시장심리가 피로해져 신흥국 통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늘어난 고무줄이 되돌아오는 것처럼 신흥국 통화 가치도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한 소시에테제네랄의 번드 버그 신흥시장 전략가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신흥국 통화가치가 추가로 하락하겠지만, 해가 바뀌는 시기쯤 신흥국 통화에 투자할 엄청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중요한 것은 시기보다 인상 폭
결국 언제 오를 지보다 한번에 얼마나 많이 오를 지가 신흥국 및 세계 금융시장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향후 금리 인상 속도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무디스 또한 16일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인상 폭은 0.25%포인트에 불과하고 향후 금리 조정 역시 매우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