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달 23일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와 함께 개최한 '대입제도의 안정적 발전방안 탐색' 정책 포럼에서는 논술 비중 축소 정책의 전환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이번 포럼은 교육개발원이 진행하고 있는 대입제도 안정화 방안 연구의 중간발표 성격으로 대학입학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진행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정광희 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대학별 고사 공동출제, 대입전형 공동진행, 학생부종합전형 용어 표준화 등을 제안했다.
교육부는 현재는 대입간소화 정책에 따라 논술 축소 정책을 시행하면서 고교교육정상화사업을 통해 논술 선발 비중이 높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의 억제 정책을 펴고 있다.
대학간 논술 공동 출제 제안 자체가 사교육 억제를 위한 기존의 축소 정책을 변경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답을 외워 문제를 풀이하는 암기식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한 논술 평가를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고교 교육 정상화와 병행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제안 취지다.
논술이 단답형 사고에서 벗어나 사고력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으로 교육과정 내에서의 출제를 장려하고 고교 교사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공동문항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시행하면서 제한한다기보다는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순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대학간에 공동전형 모형을 개발하고 운영참여대학에 인센티브를 줄 것을 제안하면서 특성별 대학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대학별고사 운영 효율성과 신뢰성 제고, 대학간 협력을 통한 대입운영체제 구축, 공동전형 실시, 논술 공동 출제 과정에의 고교 교사 참여, 논술문제 유형화를 통한 고교 논술교육 촉진, 논술고사 부담 경감 등을 제안하고 있다.
대학간 공동전형 실시를 통해 전형을 보다 간소화하고 전형요소를 표준화하면서 유사특성 대학간에 공동운영을 하는 가운데 공통원서접수시스템 등 도입과 정시공동운영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공통기준 마련, 용어 표준화와 면접용어 표준화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방안의 시행을 위해서는 수준별, 계열별, 일정별 공동 출제와 전형 등 세부안에 대한 상세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쉬운 수능에 따라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 가운데 대학별 고사 제한 정책으로 자율성이 줄어든 대학이 변별력을 줄 수 있도록 숨통을 틔어주면서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입장이다.
연구진은 학생부에 대한 규제 완화도 시사하고 있어 변화가 주목된다.
이날 고교 진학지도 담당 관계자는 외부 수상 실적을 모두 학생부에 적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과도한 조치라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고교등급제, 대학본고사, 기여 입학제라는 대입 3불정책 가운데 정부가 먼저 대학본고사 억제 정책을 변경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같은 중간발표 내용에 대해 “발표된 방안은 정책연구진이 제안한 것일 뿐 정책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학별고사에 대해 교육부가 강요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의 제안일 뿐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대입제도 안정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당사자로 교육부의 복안이 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포럼에서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이 인사말에 나선 것을 보면 행사에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발표한 대입간소화 방안도 용역 연구를 통해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교육부의 복안은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학 선발의 자율권 확대 언급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데 따라 대학들의 논술 선발 비중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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