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기극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배출가스의 고의적인 조작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독일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2007년도부터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를 납품한 자동차업체 보쉬(Bosch)가 불법이라고 지적했음에도 불고하고 계속 사용했다고 한다.
2011년에는 폭스바겐의 내부 기술자들이 배출가스 조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내부 경고를 알고도 당시 CEO는 이를 무시했다.
‘돈만 더 벌면 된다.’는 식의 경영마인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적인 조작까지도 자행한 것이다.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액수도 커 엄정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빌트는 독일 자동차산업 분석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폭스바겐은 지난해 영업이익 127억 유로(원화 약 16조원)의 5.1배에 달하는 최대 650억 유로(원화 약 86조원)를 동원해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독일 일간 디벨트는 폭스바겐의 주가가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급락해 시가 총액 280억 유로(원화 약 37조원)이 날아갔는데, 폭스바겐 주주들이 이 가운데 150억 유로(원화 약 20조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번 폭스바겐 사기극의 실질적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본질(本質)의 부재’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나름의 본질이 있다. 본질이란 어떤 것에서 중요한 그것이 빠지면 더 이상 그 자체로는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본질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자장면에서 감자나 돼지고기를 빼도 자장면이지만 거기서 자장을 빼면 더 이상 자장면이라고 부를 수 없다. 따라서 자장면의 본질은 자장이다.
그럼, 기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기업은 자본, 기술, 건물, 사람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무엇을 빼면 더 이상 기업이 아닐까? 그렇다. 사람이다. 자본, 기술, 건물을 다 빼도 기업은 여전히 기업이다. 그러나 사람을 빼면 더 이상 기업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기업의 본질은 사람이다. 법인(法人)이라는 단어에서 ‘사람 인(人)’자를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경영은 현대 산업시스템의 본질과 욕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경제 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인간 생활을 향상시키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한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기업이 추구해야 할 제 1의 가치는 ‘연속성(連續性)’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연속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필요한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직성(正直性)’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의 목적은 단기적인 경제적 가치를 달성할 수 있지만 연속성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이번 폭스바겐 사기극의 실질적 원인은 ‘정직성’이라는 본질의 부재다.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든 정직해야 한다. 다행이도 우리나라에 그런 기업이 있다. 1926년에 설립된 유한양행이다. 창립자인 故 유한일 박사는 정직한 경영자로 유명하다. 올 해로 8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다음의 사례는 그의 정직성을 대표한다. 1960년대 초 자유당 정권이 요구하는 정치자금을 거절해 한 달 동안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으나 세무당국은 탈세 혐의를 밝혀낼 수 없었다. 오히려 이에 감탄한 박정희 대통령이 세금의 날 기념식에서 유일한 박사에게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했을 정도다.
유일한 박사는 1971년 타개할 때도 회사의 운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다. 또한 자신의 전 재산을 공익법인에 기증해 기업인들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유일한 박사의 어록 중 기업의 생명을 언급한 글이 있다. “기업 활동의 제 1의 목표는 이윤추구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실한 기업 활동의 대가로 얻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생명은 정직이다. 정직! 이것이 유한의 영원한 전통이 되어야 한다.”
연속성이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소비자와 국민에게 존경을 받을 정도로 정직과 신의를 지킨다. 순간의 물질에 현혹되지 않고 정직한 자세로 사업을 하게 되면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져 매출증대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폭스바겐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술적 진보’보다는 ‘윤리적 진보’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유한양행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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