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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칼럼] 유통업계, '건강한 상생'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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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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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강갑봉 회장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강갑봉 회장]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지난 10월 1일부터 시작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들은 모처럼 매출이 늘어나 희색이 만면하고 소비자들은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기회가 생겨 즐거워한다.

극도로 침체된 소비를 활성화시키고자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유통인의 한 사람으로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골목 슈퍼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으로서는 환영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행사가 대형 유통업체들만 신바람 나고 정작 이런 정책적 도움이 절실한 전통 시장이나 골목의 작은 슈퍼들에겐 강 건너 불구경인 꼴이 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행사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소규모 상인들은 근근이 이어져 가던 매출마저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에 다 빼앗기는 꼴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악화로 수출이 지지부진하고 내수도 침체의 늪에 빠져 있어 정부로서도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당장의 수치와 눈앞의 성적표에 급급한 졸속 정책이 아닌지 묻고 싶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깨끗하고 맑은 피가 정체되는 곳 없이 잘 순환되어야 한다. 대동맥·대정맥 등도 건강해야 하지만 신체의 구석구석을 싸고 있는 실핏줄이 잘 통해야 비로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정부의 주도로 펼쳐지는 '블랙 프라이데이'의 행사는 실핏줄에 흐르는 피를 대동맥으로 더 흐르게 하는 꼴이 되고 있다. 

현재 국내 유통을 장악한 대기업들은 동네 빵집에서 치킨 집, 두부 파는 집까지 덮쳐버렸다. 때문에 작은 가게에서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던 사람들의 단란함까지 허물어 버렸고 이들을 '도시 빈민'으로 추락시켰다. 이 같은 서민경제 몰락의 끝은 대형 자본의 몰락으로 귀결되는데도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과일을 수확할 때, 새들이 먹을 것을 남겨 두었다. 새들이 굶어 죽지 않아야 다음 해 농사에 해충을 잡아서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있어서다. 오늘 당장 배고프다고 다음 해의 씨앗을 먹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대기업들에게 이제는 경쟁의 틀과 룰을 바꾸라고 말하고 싶다. 대자본의 품격을 지키라고 말하고 싶다.

정부도 눈앞의 수치, 반짝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어려운 상황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세우는데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모처럼 내놓은 정책이 가진 자의 배를 더 불리게 한다면, 이것은 차라리 안한 것이 더 나은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께도 하소연하고 싶다. 동네에 있는 작은 마트도 좀 자주 이용해 달라는 것이다. 생활 속에 주고받는 연결 고리가 튼튼하게 잘 이어진다면 우리는 좀 더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작은 동네 슈퍼들도 영업 환경을 개선하고 보다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이웃들에게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위해 서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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