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경제성장률 하락과 더딘 구조개혁 등으로 정부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최 부총리의 무책임한 발언이 한국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최 부총리가 내놓은 발언은 정부와 시장에서 상당한 충격파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그의 언행이 긍정적이면 좋겠지만 대부분 부정적 시각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최 부총리의 견해가 대부분 경제정책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교육개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금융개혁 내용은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11일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차 폐루에 방문 한 자리에서 나온 금융개혁 관련 발언은 최 부총리의 금융분야에 대한 현실 인식을 의심가게 한 대목이다.
그는 이날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 입사하고서 10년 후에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업계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후 4시에 끝나는 창구 업무 이외에 나머지 업무를 처리하려면 야근이 불가피한 한국 은행들의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언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부총리가) 은행 업무 체계를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며 “은행원들은 오후 4시에 마감하고 나서 진짜 일이 시작된다. 입·출금 숫자를 맞추다 보면 아무리 일러도 오후 7~8시는 돼야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토로했다.
지점장 정도 위치에 오르면 아예 영업전선에 뛰어들어 4시 퇴근은 꿈도 못 꾼다. 잔업에 시달리는 은행 여건상 고액연봉이라는 꼬리표도 떼어진지 오래다.
전직 지점장을 지낸 한 관계자는 “요즘 아웃바운드 영업이 강화돼 태블릿 PC를 들고 고객을 찾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일선에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 현장 고충을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 업계를 아프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부총리 발언이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나온 ‘7초 발언’부터 최 부총리의 돌출발언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기재부 대변인실은 부총리 발언에 대한 해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 부총리는 그동안 벌여놓은 정책을 수습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인데 자꾸 새로운 내용으로 이슈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며 “지금은 새로운 내용보다 지금까지 밀어부친 노동개혁 등을 마무리할 단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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