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5자 회동’ 제안에 새정치민주연합이 ‘3자 회동’을 역(逆)제안하면서 회동 형식과 의제를 두고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청와대 회동의 참여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회동의 의제는 물론 정치적 의미,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 결과다.
청와대는 20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 회동으로 하자는 새정치연합의 역제안을 사실상 거부, '5자 회동'을 하자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가 (5자 회동) 제안을 했고, 형식과 내용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자 회동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바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야당의 역제안을 사실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회동을 제안한 것은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경제활성화법 등 국회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협조를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이번 회동이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과 설명과 함께 예산안,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 입법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원내 사령탑인 원내대표의 참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국회 입법을 책임지는 원내대표 없이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만 만나면 역사교과서 등 정치적 사안을 놓고 정쟁하는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원내대표까지 포함된 5자회동의 경우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겠다는 것으로, 원내대표까지 다 얘기하다보면 논쟁만 되풀이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중요 현안인 교과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분명히 들어야 한다. 경제살리기와 노동개혁도 우리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최소한 고시철회 정도는 미리 얘기를 듣고 회동해야 한다", "사전조율 단계에서 얘기가 잘되지 않으면 안가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가 이날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 44억 원을 예비비로 조달하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예 청와대 회동 제안 자체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설사 청와대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평행선 정국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여야 대표 3자회동 또는 5자회동이 뚜렷한 성과 없이 ‘명분쌓기용’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향후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국민 대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역시 오는 27일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면서 경제 재도약을 위해 노동·금융·교육 등 4대개혁 추진과 경제활성화입법, 한중FTA 비준동의안 국회 처리 등이 시급하다고 정치권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야권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률안을 연계할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대치 정국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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