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은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실적 쇼크가 언제쯤 종식될 수 있을 지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들어 증가세를 보여온 선박 신규수주가 4분기부터 다시 둔화세로 돌아서고, 적자 진앙지인 해양플랜트 분야 개선전망도 불투명해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영국 어피니티 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매달 신규 선박 수주가 늘고 있으며, 특히 지난 9월 한달간 선박 발주량은 288척으로 월간 최다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3분기까지 국내 주요 4대 조선소 누적 선박 수주량은 185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0척에 비해 15.6% 증가했다. 특히 수주량의 절반은 '탱커'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이 많고, LPG선과 LNG선의 수주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주요 9개 조선소가 같은 기간 72척의 누적 수주량을 기록, 지난해 111척에 비해 35.1% 줄어든 것과 비교할 때 선전한 기록이다.
이 같은 상선부문의 호황은 내년부터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따른 결과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내년 1월부터 건조 들어가는 선박에 중 환경규제지역 운항 선박에 대한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을 강화한 '티어3(TierIII‧대기오염방지 3차 규제)' 기준을 적용한다.
티어3가 적용될 경우 배출저감장치를 정착하면서도 종전의 연비효율을 내야하는 만큼 건조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업계에서는 현재 티어2(TierII) 가 적용될때보다 1척당 200만 달러의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선주들은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서둘러 발주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이 4분기부터 사라지면서 다시 선박 발주가 둔화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올해의 선박 수주증가가 내년 조선사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새로운 환경규제에 따라 선박건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지만, 발주처에서 조선사에게 기존의 티어2 적용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조선사의 경영정상화 관건은 해양플랜트 사업회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만큼, 내년에는 기저효과 차원에서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여전히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이 많아 이로인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빅3가 현재 건조하는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10월말 기준 총 70기에 달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4기씩, 대우조선이 22기의 해양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 저유가와 불황이 지속되면서 해양플랜트를 발주했던 외국 업체들이 계약취소를 통보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 에너지는 최근 해양플랜트의 일종인 반잠수식 시추선(수주액 6억2000만 달러)의 인도 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삼성중공업도 시추업체 퍼시픽 드릴링이 납기기한을 위반했다며 5억1750만 달러 규모 드릴십 인수를 거부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를 신청했지만, 언제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업계 전문가는 "내년에도 조선업계가 큰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최소한 대규모 해양플랜트 및 드릴십 공정이 마무리되는 2017년은 돼야 조선업계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