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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O공식 홈페이지]
조별예선에서 3승 2패로 B조 3위를 차지하고 8강에 올랐던 한국은 8강에서 쿠바, 4강에서 일본을 차례로 꺾은 뒤 미국마저 제압하고 프리미어12 첫 대회의 우승국이 됐다. 특히 조별 예선에서 패했던 일본과 미국에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서 완승을 거두면서 꺾였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현수가 5타수 3안타로 3타점을 올렸고, 그동안 부진하던 박병호마저 3점 홈런을 때리는 등 장단 13안타로 상대 마운드를 맹폭했다.
선발 투수 좌완 김광현은 5이닝 4피안타 5삼진 무실점의 쾌투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대표팀은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6천만원)를 챙겼다.
한국의 선발 라인업은 지난 일본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근우(2루수)와 이용규(중견수)가 1, 2번 테이블세터를 구성했고 김현수(좌익수), 이대호(지명타자), 박병호(1루수)가 중심타선에 위치했다. 그 뒤를 손아섭(우익수), 황재균(3루수), 양의지(포수), 김재호(유격수)가 받쳤다.
대표팀 타선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선발 투수 잭 세고비아를 두들겼다. 1회 선두타자 정근우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도루로 2루를 훔쳤고, 이용규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3회에는 선두 타자 이용규가 볼넷을 골라 나간 뒤 김현수가 우중간 펜스를 때리는 2루타로 한 점을 보탰다. 이에 미국은 선발 세고비아를 내리고 브룩스 파운더스를 올려 3회를 겨우 막았다.
그러나 이미 불붙은 한국의 방망이를 막을 순 없었다. 4회 1사 후 김재호가 2루타를 치고 나갔고 정근우의 내야안타,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으로 만든 만루상황에서 김현수가 우선상을 가르는 2루타로 2점을 추가했다.
이후 이대호가 삼진으로 돌아섰지만 후속 타자 박병호가 파운더스의 시속 138㎞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도쿄돔 좌측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비거리 130m의 석 점 홈런포를 때려냈다. 9회에는 2안타와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정근우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쌓았다.
지난 15일 미국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4⅓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해 팀의 연장 2-3패배를 지켜봐야했던 김광현도 설욕에 성공했다.
5이닝 동안 4안타를 허용했지만 힘 있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상대 타선에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3회 2사 후 제이콥 메이와 엘리엇 소토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첫 위기에 처했지만 애덤 프레이저를 주 무기인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4회에는 선두 타자 맷 맥브라이드에게 2루타를 허용한 후 후속타자 타일러 패스토니키의 투수 앞 땅볼 때 송구가 타자의 등을 때리며 첫 실점을 허용하는 듯 했지만 수비방해가 선언돼 0의 행진을 이어갔다.
김광현이 물러난 6회부터는 막강 불펜진이 승리를 지켰다. 6회부터 임창민(1이닝), 차우찬)(1⅓이닝), 정대현(⅔이닝)가 이어 던졌고, 9회에는 조상우가 등판해 경기를 매조지 했다.
당초 이번 대표팀은 오승환, 양현종, 윤석민이 부상으로, 안지만, 임창용, 윤성환이 도박 파문여파로 이탈함에 따라 역대 가장 약한 투수 구성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장원준이 두 경기에서 11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하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고, 차우찬·조상우·정대현·이현승·임창민·정우람·심창민·조무근·우규민이 나선 불펜진은 31이닝 동안 3자책점만을 기록하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3자책점도 모두 일본과의 1차전에서 내준 것으로 이후에는 자책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대회 시작 전 역대 최강이라고 평가 받은 대표팀 타선은 일본과의 1차전에서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에게 철저하게 막히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이후 힘을 내 조별예선 2차전 도미니카와의 경기에서 10점을 내며 상대를 압도했고, 베네수엘라와의 3차전은 7회 13-2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끝내는 등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일본과의 2차전에서는 9회 일본 리그 탈삼진왕에 빛나는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두들겨 대 역전승을 만들어냈고, 미국과의 결승전에서도 경기 초반 7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하지만 대회 우승에도 불구하고 7경기 61이닝 동안 30이닝 밖에 던지지 못한 선발진의 정비는 대표팀의 과제로 남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이후로 강속구를 던지는 ‘에이스’ 선발 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150Km 이상을 뿌리는 20대 초중반의 강속구 투수들을 여러 명 보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상황이다. 투수 육성 프로그램의 변화와 고교 선수 혹사 방지 등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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