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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닷마을 다이어리’ 뉴타입 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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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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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때때로 사람들은 ‘상처’에 대해 무지하다. 타인의 상처는 물론, 자신의 상처까지도 방치하거나 모른 척하기 일쑤다.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더욱 곪을 수밖에 없는 상처를 가진 이들. 상처를 마주하고 인정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진짜 가족이 되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수입 배급 ㈜티캐스트)의 이야기다.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작은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세 자매 사치(아야세 하루카 분),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분), 치카(카호 분)가 15년 전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홀로 남겨진 이복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나면서 시작된 네 자매의 새로운 일상을 담아낸 가족 드라마다.

첫째 사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가는 것도 자매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는 어머니도 탐탁지 않다. 남자친구의 권유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간 그는 울기만 하는 새어머니와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이복동생 스즈를 지켜보며 자신과 똑 닮았다고 여긴다. 오랜 간호사 경력을 가진 사치는 묵묵히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었을 이가 새어머니가 아닌 이복동생 스즈였음을 직감하고 조용히 슬픔을 삭히는 이복동생에 측은함을 느낀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추억도 어느덧 희미해졌지만 홀로 남겨진 이복동생 스즈가 마음이 쓰였던 사치는 스즈에게 함께 카마쿠라로 떠날 것을 제안한다.

예의 바르고 조숙한 스즈는 자신을 거둬준 언니들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세 자매의 추억이 깃든 공간에서 홀로 낯섦을 느끼기도 한다. 또 자신의 존재 자체가 언니들에게 상처라고 생각,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숨긴다.

영화는 담담하게 상처를 입은 이들과 그들이 어떻게 상처를 대하는지 그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네 자매의 성장 과정과 따듯한 일상은 영화 속 계절과 더불어 ‘매실주’로 비유되는데 이는 할머니가, 어머니가, 언니가 만든 매실주가 익어가듯 시간에 따라 익어가는 이들의 성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과정은 무리하지 않아도, 강요하지 않아도 큰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치, 요시노, 치카 세 자매가 스즈를 받아들이는 모습과 스즈가 세 자매와 동화되는 모습은 느리지만 짙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사치가 요시노, 치카의 성장 흔적이 담긴 벽면에 스즈의 키를 재고 적는 장면은 런닝타임 128분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가족의 탄생 결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버려진 가족, 떠나간 가족, 죽은 가족, 뒤바뀐 가족 등 여러 가족의 이야기를 다뤄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새로운 타입의 가족과 그 탄생에 대해 정교하고 평온한 어투로 전달하고 있다. 격앙되지 않고 담담한 태도로 관객들에게 감정의 잔물결을 일으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어법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새롭게 다시 써내려 가는 지금 이 순간의 풍요로움을 담아내고 싶었다”는 말처럼 시종 인물에 대한 사려 깊은 태도를 보인다. 17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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