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컴퓨터가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는 영역이 또 하나 늘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큰 도전과제로 여겨졌던 바둑에서 프로기사를 이긴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가 등장한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유럽바둑챔피언 판후이를 런던에 초청해 5일동안 대국을 펼쳐 '알파고'가 모두 이겼다고 밝혔다. 컴퓨터가 프로기사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글은 여세를 몰아 오는 3월 서울에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펼친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로 인정받아 온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능력을 전 세계에 과시할 계획이다.
이세돌 9단은 "바둑계의 역사에 의미있는 대결이 될 것"이라며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의 실력이 상당하다고 듣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이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데마스 하사비스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지난 28일 국내 언론과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만약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긴다면 1997년 IBM의 딥블루의 체스 대결 승리 이후 인공지능 분야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라는 명칭은 일본에서 바둑을 뜻하는 고(碁)에서 비롯됐다. 즉 '알파碁'인 셈이다. 알파고는 머신러닝이라는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을 활용해 3000만 가지의 수(手)를 학습시켜 상대방의 움직임을 57%의 확률로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 자체 신경망 간에 수천만 회에 이르는 강화학습을 시행, 승패의 경험을 쌓고 이기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머신러닝'이라 불리는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머신러닝은 기계학습이란 뜻으로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컴퓨터로 하여금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학습하게 해 새로운 데이터를 인식했을 때 그 결과를 예측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데이비드 실버 강화학습 연구총괄은 "하루 24기간 동안 한 달에 100만번의 대국을 펼치기 때문에 이는 인간으로 치면 연간 1000번씩 1000년간 경기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바둑은 체스나 장기와 달리 국면(局面)의 수가 10의 360제곱에 달한다. 과학계에서는 천문학적인 국면의 수를 모두 계산해 예측하는 것은 최신 컴퓨터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로기사의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시기는 10년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구글은 이번에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을 폭넓은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의료, 환경분야의 문제해결을 위한 공헌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데이비드 실버 총괄은 "알파고에 사용된 기술은 모두 범용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기후 모델링,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사회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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