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 2011년 국내 제약업계는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 결정 때문이었다. 일부 제약업체는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인하될 것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미리 단행하거나 고려하고 있었다.
동아제약 역시 신입사원을 뽑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오랫동안 말을 아끼던 수석(水石)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회사도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동아제약도 늘 꽃밭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우리의 대장정에는 가시밭길과 진흙길도 있었고, 때로는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수석은 약가인하 충격을 인력감축으로 해결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고비 때마다 직원 한명 한명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에 오늘의 동아제약이 있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현재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헤쳐나가며 고용안정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골프도 잘하는 사람이 먼저 치듯, 시장경제도 마찬가지로, 제약업계를 선도하는 동아제약이 먼저 솔선수범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외부 환경을 탓하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며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기 혁신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동아제약의 최대 히트 상품은 피로회복제 ‘박카스’다. 1961년 발매된 박카스는 이후 55년이 넘도록 드링크 시장 1위를 고수하는 박카스는 수차례에 걸쳐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수석의 발상의 전환 덕분에 현재의 위상을 지킬 수 있었다.
최초 ‘정’의 형태로 개발된 박카스에 문제점이 발견되자, 동아제약은 앰플 형태로 바꿔 내놨다. 하지만 앰플도 소비자들이 거부했다. 고심 끝에 탄생한 것이 드링크 형태의 박카스D였다.
마시는 박카스D는 1964년 자양강장제 시장 1위에 올랐다. 1989년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한 사카린이 발암물질로 판명나 사용이 금지됐다.
대체원료를 찾지 못해 단맛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소비자의 항의를 받은 때가 동아제약 최대의 위기였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천연감미료인 스테비오사이드(설탕)를 찾아내 박카스 본래의 맛을 회복해 위기를 벗어났다.
2001년 경쟁사인 광동제약이 비타500을 출시해 약국과 함께 편의점에서 판매하며 박카스를 바짝 추격했다. 수석은 용량을 키우고 청량감을 더 살린 박카스F를 선보이며 편의점 판매에 나섰고, 2015년 박카스는 비타500과의 매출 차이를 두배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수석은 위기 때마다 이를 기회로 활용해 경쟁력을 키웠다. 그는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드는 원인은 정치권도, 정부도 아닌 기업의 노력과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제약업계가 복제약 판매에 열을 올리며 상대적으로 신약개발에 등한시해온 사실을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광개발 확률은 10%, 유전개발 확률은 5%인데, 신약개발 확률은 0.02%에 불과하다. 그러나 신약개발은 생명을 살리는 일인 만큼 우리는 0.02%의 확률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는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동아제약은 1990년부터 약 55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제약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4개의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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