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위원회가 은행에 대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투자 일임권을 허용한 점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황영기 회장은 "투자일임업은 금융투자업의 고유한 업이라서 은행의 진출을 누차 반대했지만 ISA 활성화 차원에서 수용하기로 했다"며 "대신 하영구 은행협회장과 금융 당국자와 함께 앞으로 은행이 포괄적 투자에 진출하는 건 거론하지 않기로 구두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은행이 증권사보다 지점 수 등 영업망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투자 일임업 허용하면 자금이 쏠릴 우려가 있다. 은행 지점 수는 7305개이지만 증권사의 경우 1217개다. 판매 인력 수도 은행은 9만2920명에 달하지만 증권사는 2만명을 겨우 넘긴다.
대신 금융투자업계 투자일임형 상품의 비대면 계약이 허용됐다. 투자일임형 상품은 대면을 통해 고객을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로 비대면을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허용한 대신 증권업계의 비대면 계약을 승인받았다.
황 회장은 "증권업계에서도 비대면으로 일임조치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증권업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온라인 일임계약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서면 이르면 4월부터 비대면 일임계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대면 일임업에 대한 라이센스가 있기 때문에 다음달부터 즉시 출시 가능하다.
은행의 경우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법 개정·투자일임업 등록 등 상당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금융투자업계는 다음달 14일 대면형 일임계약 실행이 가능하지만 은행은 여러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시 못한다"며 "비대면 일임계약은 증권사가 준비가 끝나는 시점에서 가능해지는데 4월 초중반으로 점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황 회장은 ISA 제도가 정착되면 운용 실력에 따라 승부가 나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계좌 이동제를 통해 운용 실적이 나쁜 기관에서 좋은 쪽으로 이동이 가능해 운용실적이 승부를 가를 것이란 얘기다.
그는 "운용하는 회사의 자산군 선택과 시장상황에 따른 리밸런싱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포트폴리오 구성 능력 및 상황 대처가 뛰어난 증권사가 은행보다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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