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널 기다리며' 김성오의 분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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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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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자신을 제보한 놈만을 15년간 기다린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성오가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정말이지 신기한 눈이다. 옅은 갈색빛의 눈동자는 시선에 따라 선과 악을 정확히 분류한다. 장기밀매업자 종석(영화 ‘아저씨’)과 어리바리한 김 비서(드라마 ‘시크릿 가든’)가 동시에 담긴 그 눈동자는 대중들에게 매번 새로운 인물로서 인식됐다.

그랬던 그가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제작 ㈜영화사 수작·㈜모티브 랩·㈜디씨지플러스제공 배급 NEW)를 통해 제대로 된 악인으로 분했다. 연쇄살인범 기범이 된 그는 더욱 싸늘하고, 예민하며 날카롭게 돌변했다. 그리 쉽지 않았던 악인의 정의. 배우 김성오(38)를 만났다.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자신을 제보한 놈만을 15년간 기다린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성오가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정말 ‘머시니스트’의 크리스찬 베일 같았다.
- 어우. 감사하다.

사실 16kg나 감량했다고 했을 땐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기범이라는 인물의 예민함이 그대로 느껴지더라.
- 다행이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살을 뺀 것이 몸을 보여주려는 것이 다가 아니니까. 그 사람의 성향, 성격을 대변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덜컥 16kg나 빼겠다고 한 것이 대단하다.
- 처음에 감독님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다. 크리스찬 베일의 사진이었는데 민수(오태경 분)나 기범이 둘 중 한 명이 살을 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영화적인 재미를 추구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왠지 제가 살을 뺐으면 하시는 것 같았다. 하하. 마침 저도 기범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살을 빼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니 어땠나? 외형적인 측면에서 기범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나?
- 사실 만족스럽지는 않다. 더 괴기스럽게, 괴이하게 보였으면 바랐다. 살을 빼서 보여줄 수 있는 것에서 조금 더 징그러웠으면 했다고 할까? 영화를 보고 나니 ‘조금 더 뺐으면 좋았을 텐데’ 싶더라.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연쇄살인마 기범 역을 맡은 김성오[사진=NEW 제공]




개인적으로는 지난 악역들의 잔상을 지울 정도로 강렬했다.
- 제대로 된 악역을 보여줘야지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동안 맡았던 악역은 표면적인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기범 역은 사람, 그 내면에 대해 많은 할애를 했다. 그런 부분에 욕심이 깊었던 것 같다. 악에 대한 감정선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악에 대한 감정선?
- 시나리오를 보며 느낀 건데, 많은 분이 악의 표면적인 부분에 열광하지 않나. 하지만 악의 원천을 알게 되면 더 섬뜩하고 무섭다. 그런 것들에 집중했던 것 같다.

표면적인 것보다 내실에 더 충실했던 이번 기범은 어땠나. 김성오가 만든 기범이란 인물은?
- 근본적으로 우월감에 휩싸인 인물이다. 그게 기둥이었다. 살인하는 것이 못 되게 보여야 하고 우월감에 심취된 것처럼 보이길 바랐다. 그게 기초였다. 사실 영화를 보면 기범이 살인을 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딱 한 번, 구급차에서 잔인하게 살해를 하는데 그 장면에서 인간 이상의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쇄살인마기 때문에 일반적 사람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면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인간 이상의 모습이라면?
- 말 그대로다. 사실 그 장면에 대사가 있었다. ‘뜨거운 커피 향 같다. 피 냄새가 너무 좋다’는 식의 대사가 있었는데 이 대사를 줄줄 읊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이건 느낌으로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직 표정으로만 표현하려고 노력했었다.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자신을 제보한 놈만을 15년간 기다린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성오가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영화를 보면 악역임에도 제일 고생이 많더라. 물에 빠지고 얻어맞기도 하고.
- 맞다. 하하. 내가 악역인데 왜 만날 나만 맞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착한 형사를 한 번 때려야 하는데. 하하하.

추운 날 액션이라니 힘들었겠다. 엄청나게 추워 보이던데
- 분식집 앞에서 대영(윤제문 분)에게 맞는 장면이 있다. 비를 맞으며 얻어맞는데 엄청나게 춥고 아프더라. 입도 잘 안 떨어지고. 그래도 추워 보였다니 다행이다. 영화를 보고 고생한 것에 비해 추워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던 참이다.

악역 대표 배우라고 하더라. 하지만 사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나 영화 ‘나의 PS파트너’, ‘반창꼬’ 등에서 귀여운 이미지로도 많이 활약했었다. 악역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에 아쉽진 않나?
- 아쉽지 않다. 어떤 이미지든 저를 기억해주고 작품을 재밌게 봐주신다면 행복한 일이다. 어떤 기억이든 제 감정을 보여줬다는 거니까. 성공한 거다.

그래도 한 작품이 성공하면 줄줄이 비슷한 역만 들어오지 않나
- 그게 아쉽다. ‘아저씨’가 끝나고 그와 비슷한 역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 속상하기도 했다. ‘시크릿 가든’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배우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수 있다면 악역이든 선역이든 상관없겠다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수 있고 배우라 불린다면 행복하다고.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자신을 제보한 놈만을 15년간 기다린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성오가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널 기다리며’ 이후에는 어떨 것 같나?
- 앞으로는 이런 시나리오들이 나올 수 있겠다 싶다. 선이 악을 무찔러가는 일률적인 게 아니라 악도 종류가 많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강도, 연쇄살인마가 아닌 사람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악도 얼마나 다양한가. 내가 죽을 때까지 악역을 한다고 해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되면 역할에 대한 또 다른 고민도 생긴다던데.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나 배역에 대한.
- 아직 모르겠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하하하.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아이가 있고 가족이 있으니 나쁜 역은 하면 안 된다는 1차원적인 생각은 없다.

‘널 기다리며’를 통해 관객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 희주(심은경 분) 대사 중에 그런 대사가 있다. ‘악한 사람이 악행을 저지르는 것은 선인이 가만히 있기 때문이다’라는. 그 얘기가 굉장히 와 닿았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인생도 포함하는 말인 것 같았다.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만 봐도 그렇지 않나. 착한 아이가 참고 받아들이니까 나쁜 아이들이 활개를 치는 거다.

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자신을 제보한 놈만을 15년간 기다린 연쇄살인범 '기범' 역을 열연한 배우 김성오가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널 기다리며’는 김성오의 필모에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나?
- 관객들이 만들어줄 거다. 어떤 작품이 될지는. ‘아저씨’가 내가 배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고 나를 알린 작품인 것처럼 나의 작품들은 관객들이 만들어주는 것 아니겠나.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되길 바라나?
- 수많은 사람이 노력해서 만든 작품이다. 모두가 자기 필모에 좋은 작품으로 남길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스태프, 배우들 모두. 그들을 위해 잘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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