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등’ 잔인한 세상에 던지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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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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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4등' 메인 포스터]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야, 4등!”

수영선수 준호(유재상 분)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늘 4등에 머무른다. 엄마 정애(이항나 분)는 승부에 욕심이 없는 준호가 답답하기만 하고 1등에 대해 집착한다. 엄마의 닦달에 준호는 새로운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 분)를 만나지만 심드렁한 모습이 어딘지 미덥지 못하다. 하지만 광수는 “대회 1등은 물론 대학까지 골라가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가족들은 그를 믿어보기로 한다.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광수는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까지 달성한 국가대표 출신. 그는 본인만의 방법으로 준호를 가르치기 시작하고 놀랍게도 점점 좋은 성적을 낸다. 결국, 4등에서 2등으로 거듭난 준호 덕에 가족들은 파티를 열고 그의 성적을 축하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준호 동생 기호(서환희 분)의 한마디에 집안은 침묵에 빠진다. “예전에는 안 맞아서 4등 했던 거야 형?” 1등만 기억하는 잔인한 세상. 준호는 수영을 계속할 수 있을까.

영화 ‘4등’(감독 정지우·제작 정지우필름·제공 배급 ㈜프레인글로벌·배급 CGV아트하우스)은 밀도 있는 드라마와 섬세한 묘사가 인상 깊은 영화다. 정지우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이 영화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먼저 말하지 못한 것들을 포착하고 섬세한 손길로 어루만지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 정책의 폐해와 강압적인 체벌 등 대물림되는 폭력이나 아이들의 시선을 과감하게 짚어냈다.

‘해피엔드’와 ‘은교’의 정지우 감독은 이제까지의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채를 덜어내고 유쾌하고 따듯한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본다. 이 같은 시선은 폭력이라는 문제를 직접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불편하지 않도록 만들며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 위로를 더하기도 한다.

즉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내지만, 이 모든 것이 한 인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감싼다. 각 인물의 방향과 속내를 들여다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제점을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극을 너무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며 불쾌하지 않도록 만든다. 세련되고 따듯하며 인간적인 연출 방식이다.

또한, 수영장이라는 장소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미와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해내는데 이것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부분이다. 감각적인 영상들과 카메라 기법, 빛을 이용한 연출 방법은 많은 대사 없이도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깊은 메시지를 남긴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진 역시 칭찬할 만한 부분. 박해준과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유재명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인물들을 구축해내고 영화 속 세계를 더욱 실감 나고 리얼하게 그려낸다. 특히 드라마 ‘미생’으로 잘 알려진 배우 박해준은 이번 작품으로 더욱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4월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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