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증시가 장중 4.5% 이상 급락하는 등 예사롭지 않은 흐름으로 글로벌 증시와 투자자를 긴장하게 했다.
2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다소 오른 강세장으로 출발해 오전장 후반 급락세를 탔다. 하락세가 오후장 초반까지 이어지고 장중 한 때 낙폭이 4.5%를 웃돌며 '대폭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됐다. 하지만 이후 하락폭을 서서히 줄이면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0.24포인트(2.31%) 떨어진 2972.58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무너진 3000선을 회복하는데는 실패했다.
선전 증시의 하락폭은 더 컸다. 선전성분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437.72포인트(4.13%) 급락한 10164.74로,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창업판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7.28포인트(5.60%) 폭락한 2145.24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액도 5000억 위안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상하이·선전 두 거래소 거래량은 각각 1452억 위안, 2493억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날 급락세는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3월 중국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했고 4월에는 마땅한 상승 호재가 없다는 점이 투자자를 자극, 차익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판단됐다.
중국 경기 상황 변화와 당국의 움직임도 투자자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지난 3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주요 거시지표에 회복세가 감지되는 등 시장이 다소 안정됐고 물가 상승폭은 2%를 웃돌면서 인민은행의 통화완화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쏠리는 분위기다. 중국 국유기업의 '부채' 증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탰다.
인민은행이 최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로 시중 유동성을 공급한데 이어 21일 7일물 역(逆)환매조건부채권(레포)로 두 달간 최대규모인 2500억 위안의 '돈'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4월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의 대형 카드를 꺼내들 확률이 줄어든 것도 악재가 됐다.
또, 다음주에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감도 지수를 끌어내렸다.
창업판 지수가 폭락한 것은 상장사 실적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언급한 악재에다 창업판 상장사 실적 '거품'이 실망감으로 변하면서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왕이재경(網易財經)은 금융정보업체 동방재부Choice의 통계를 인용해 1분기 창업판 상장사 순익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53.26%~82.38%에 육박했다고 20일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1분기 창업판 다수 상장사 실적이 기대이하 수준에 머무른 때문으로 성장이 아닌 회복세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는 창업판 상장사의 인수·합병(M&A)이 전년 대비 60% 급증한 740건에 달해 실적을 제대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이날 업종별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상장 1년미만 미배당종목을 의미하는 차신주(次新股 2.36%)가 유일했다. 낙폭이 가장 컸던 종목은 전거래일 대비 7.44% 떨어진 방직·기계였다. 의료기계(-6.91%), 발전설비(-5.95%), 인쇄·포장(-5.81%), 가구(-5.79%), 유리(-5.76%), 전자정보(-5.66%), 호텔관광(-5.4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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