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박찬욱 감독, 칸 입성작 '올드보이'를 회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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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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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지금은 각 분야의 ‘오야지’ 인데…그 시절에는 다들 막내였네요. 앵글 구석구석에 잡힌 그 시절 스태프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둘째 날인 29일 전주 고사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전주점에서 영화 ‘올드 데이즈’를 관객과 함께 보고 이같이 말했다. 이 행사에는 ‘올드보이’ 감독 박찬욱, ‘올드보이’ 프로듀서 임승용, ‘올드 데이즈’ 감독 한선희, ‘올드 데이즈’ 프로듀서 백준오가 참석했다.

‘올드 데이즈’는 2003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 ‘올드보이’의 제작 과정을 훑는다. 선명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는 감독의 예술적 자의식과 다종다기한 스태프의 지향이 충돌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10년 만에 ‘올드보이’ 현장으로 돌아간 박찬욱은 “최근 외신보도를 보니 영화 ‘택시 드라이버’(1976)가 개봉 40주년을 맞아 감독 마틴 스콜세지와 출연진이 모두 모여 관객과 만났다더라. 그렇게 40년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오광록 선배와 함께 영화를 봤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얼굴이 똑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영화는 곧 출시될 ‘올드보이’ 블루레이에 수록하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연출을 맡은 한선희 감독은 “블루레이에 흔하고 관습적인 부가 영상을 담기에는 한국 영화에서 ‘올드보이’가 너무 중요한 작품”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올드보이’ 현장에서 박찬욱은 어떤 풍파에도 미동도 없이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박 감독은 “10년 만에 고백하자면 내 속도 똑같이 타들어 갔다. 근데 다 나만 보고 있는데 어쩌겠느냐. 내가 동요하면 현장 전체가 흔들린다. 풍랑이 만난 선장이 그래야 하 듯, 애써 담담한 척 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영화에는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최민식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모습도 담겼다. “작품을 위해 일부러 그런 것이냐”는 관객의 질문에 박찬욱은 “오해”라며 손사래를 쳤다. “나도 내가 그 정도의 냉혈한이면 좋겠다. 영화를 위해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냉정함으로 성취로 향하고 싶다”는 박찬욱은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내 단점이고 더 냉정히, 끝까지 밀어붙여야 하는 데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나의 한계”라고 말했다.

영화의 메이킹이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올드보이’가 한국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해준다. 박찬욱은 겸손과 당부를 잊지 않았다. “누구하고든 싸워 쟁취해내는 사람이 있고 갈등 없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겠느냐. 거친 괴짜의 이야기가 말하기 좋아 회자되는 것 뿐”이라면서 “관객들이 (‘올드 데이즈’ 속 내 모습처럼) 예산을 초과하고, 예정된 일정을 지키지 않아야만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실까 걱정이다. 예산 안에서, 약속된 회차 안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이 대부분이다. 내가 그렇지 못했던 것은 노련하고, 현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차기작 ‘아가씨’로 다시 칸을 찾는다. ‘아가씨’는 11일부터 열리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박쥐’로 2009년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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