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전주에는 영화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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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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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들어서는 시민들은 환한 봄의 태양에도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봤다. 한국의 디자인 신을 이끌어가는 100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211편 중 100편을 골라 새로 만든 영화 포스터들이 봄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거리에는 전주국제영화제만을 위한 라디오, ‘지프엠(JIFF+FM)’이 울려 퍼졌다. 스튜디오는 영화의 거리에 설치된 전주국제영화제 부스. 영화의 거리를 거니는 영화 애호가들은 라디오를 ‘볼’ 수 있다. 영화제 동안 진행되는 이 라디오는 기존 FM 라디오 주파수인 88MHz ~ 108MHz 중 1W 이하의 출력으로, 방송 수신 범위가 반경 3~5km 이내이다. 영화의 거리 안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라디오답게 영화제 소식, 전주 교통 정보, 영화 OST를 다룬다.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가장 많이 트는 CGV 전주고사에 마련된 스테이지에는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개성강한 인디밴드들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축제의 흥을 돋운다. 전주영화제작소에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우석상을 수상한 로이스 파티뇨의 작품 ‘버티칼:시간과 경관’이 전시돼 시간의 흐름을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형형 색색의 물방울로 표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영화제의 가장 특별한 상영관은 주차장이다. 영화의 거리 내 옥토주차장에 2000개의 의자를 깔고 야외상영장으로 꾸몄다. 밤하늘을 천장삼아 코를 간질이는 꽃내음, 볼을 스치는 봄바람을 느끼며 영화를 보는, 도시에서는 쉽사리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개막작 ‘본 투 비 블루’ 역시 이곳에서 상영됐다. 재즈 음악사에 각인된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일생 중 1960년대를 관찰하며 열망과 중독으로 가득 찬 예술가의 성공과 몰락을 보여준 영화다. 음악을 담당한 음악 감독 데이비드 브레이드는 28일 상영 직전 무대에 올라 영화에도 나오는 ‘오버 더 레인보’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전주 영화의 거리가 그의 연주에 흠뻑 젖어 쳇 베이커의 삶처럼 흐느적거렸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야외 상영에 힘을 쏟았다. 29일부터 '쇼콜라'(로슈디 젬), '동주'(이준익),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이성강), '천공의 벌'(츠츠미 유키히코), '리브 어게인'(로버트 에드워즈), '하이디'(알랭 그스포너), '미국에서 온 모리스'(채드 하티건) 순으로 매일 한 편씩 상영된다. 특히 4일에 상영되는 아름다운 가족영화 '하이디'는 요한나 슈피리의 원작 동화를 충실히 옮겨 스위스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광을 와이드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외상영에 가장 어울리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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