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인수·합병(M&A)은 결혼하는 마음처럼 한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의 말이다. 인수한 기업과 임직원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가족과 식구들처럼 대한다는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그는 “애정을 갖고 잘 돌봤더니 키가 빨리 크더라. 저는 키를 더 잘 크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또 아이(인수기업)들이 성장점에서 멈추지 않도록 다음에 필요한 게 뭘까를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미화장품을 보유하고 있던 박 회장이 한방화장품업체 한생화장품을 들여다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박 회장은 “화장품과 제약의 관계를 살펴봤더니 괄목할만한 세계의 화장품 회사들은 대부분 제약업체 출신이었다"며 "제조업을 기반으로 유통이 받쳐주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생화장품의 콘텐츠와 라미화장품의 플랫폼이 합치면 분명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날개가 없다면 내가 달아주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을 포함해 10여개 기업을 M&A로만 보유하고 있다. 전력량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옴니시스템'과 신용카드 제조회사인 '바이오스마트', 의료장비를 만드는 디지탈지노믹스, 화장품 제조회사 ‘한생화장품’, 고급 보석 유통회사 ‘코를로프’, 타이어 수입·판매회사 ‘가인상사’가 있다. 이들 회사의 연간 매출을 합하면 2000억원이 넘고, 종업원 수만 800여명에 달한다.
1969년 경기도 여주 점동면에서 2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최고경영자(CEO)로 성공할 가능성을 보였다. 인사를 잘해 동네 어른들로부터 칭찬을 독차지하고 용돈을 받으면 곧바로 동네 마을금고로 달려가는 ‘저축왕’이었다. 정미소와 미곡상을 하던 아버지는 막내딸을 애지중지해 전국을 돌며 쌀을 사고파는 현장을 데려갔다.
2004년에는 국내 최대 신용카드 제조업체인 바이오스마트를 인수했다. 카드대란으로 2년 동안 대표이사가 3명이나 바뀌는 등 회사는 최악의 상태였다. 직원들은 새 주인의 손을 잡고 회사를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박 회장은 기업 경영의 성패가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반드시 인력 구조조정 없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약속한 박 회장은 직접 연구개발팀장을 맡아 제품 개발에 참여하며 365일 현장을 누볐다. 노사가 일심단결한 결과 회사는 흑자로 돌아섰고, 박 회장은 동종 업체 둘을 더 인수해 카드 제조시장 점유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누가 봐도 잘 될 회사 같으면 왜 나한테 왜 팔겠냐”고 반문하는 그는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실패할 경우 잃을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야 위기관리가 된다. 회사가 잘 되고 안되고는 천운이지만 위기관리는 그런 천운을 놓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배운 것은 1등을 해본 경험이 있는 3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야 웬만한 위기를 버티고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M&A 대상 업체를 고르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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