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사태로 국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산업은행에 대해서도 칼을 휘두르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일원화해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내달부터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와 별개로 산업은행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전에 실시한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대우조선의 감사 결과를 늦어도 내주까지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산은이 감사원의 타깃이 된 것은 대우조선 부실에 따른 책임론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대주주로, 부실한 관리감독이 이 같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이어 검찰도 산은에 칼을 들이밀었다. 검찰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전날 대우조선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 대주주인 산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분식회계 의혹뿐 아니라 그 이면에 역대 경영진의 부실 경영과 비리, 나아가 정·관계의 유착 고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 부실에 대한 책임이 국책은행으로 돌아오자, 금융권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통해 중복되는 업무를 일원화하고 역할의 재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국책은행 중 기업은행의 경우 민간 성격이 강해 나름대로의 리스크 관리가 된다"며 "다만 산은과 수은의 경우 리스크 관리 부실 부분은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사실상 합쳐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확대하기 보다는 역할을 축소하고, 국책은행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타개할 새 역할 정비를 해야 할 시기"라며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산은과 수은의 통합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산은은 금융위, 수은은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운영된다. 이들 기관은 선박·플랜트 등 다양한 해외사업 및 기업 금융을 병행하고 있는데, 대기업을 중심으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커 매년 건전성 강화가 과제로 꼽히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도 "정책금융의 역할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특히 산은의 경우에도 대기업 중심에 머물렀던 지원을 중견기업쪽으로 전환하는 등 역할을 전환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기업에 대한 부실 책임론은 국책은행을 넘어 금융당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정권의 관치금융 행태가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산은 노조도 성명을 통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조선업 부실 책임규명을 위해 20대 국회에서 이번 사안이 전격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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