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오는 8월 1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 정부에 최종 협상안을 조속히 제출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장기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미 간 무역 협상은 중대한 분수령에 다다른 모습이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한국 정부 당국자에게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촉구했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가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적인 제안을 제시해야 할 때 "모든 것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WSJ은 러트닉 장관이 한국 측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주요 파트너와 이미 다수의 무역 협정을 체결한 상황에서 왜 한국과 새로운 협정이 필요한 것인지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앞서 러트닉 장관은 전날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스코틀랜드에서 만났다고 확인하면서도 추가적인 세부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실제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 워싱턴DC, 25일에는 뉴욕의 러트닉 장관 자택까지 찾아가 2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방문에 맞춰, 러트닉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다시 한 번 회담을 가졌다.
WSJ은 "트럼프 정부 관계자와의 회담을 진행하는 한국 정부 움직임은, 8월 1일 관세(25%) 부과 전에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하려는 한국 측 긴급성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러트닉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안에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의약품을 15%(합의를 통해 미국이 EU에 새롭게 책정한 상호관세율) 관세 적용 품목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며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2주 안에 의약품 정책(관세 등)을 가지고 나올 것이고, 그것(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의약품 관세)은 (15% 보다) 높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러트닉 장관은 무역 협상 상황과 관련해서도 현재 별도의 시간표 하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개괄적 합의 후 세부 협상이 남아있는 EU를 제외한 나머지 미합의 국가들과의 협상을 "금요일(8월1일)까지 일단락지을 것"이라며 8월 1일은 미국이 새로운 관세 세율을 책정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나라들이 시장을 30%, 50% 개방하는 괜찮은 제안을 가지고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나는 그들이 개방하길 원한다'고 하면 그들은 75% 개방안을 가지고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은 "미국과의 합의의 '가격'은 지금 명확하다"며 "완전한 시장 개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내일 끝낼 것이냐'는 질문에 "관세는 내일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부유해지고 있으며 그건 우리가 원하는 바다"라고 답했다.
다만 당시 여러 기자들이 동시에 질문을 던지는 혼잡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질문 내용을 정확히 듣지 못하고 "내일 무엇을 끝낸다는 것이냐"고 되물었으며, 질문자가 "관세"라고 답하자 이같이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협상을 특정해 언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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