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진순현 기자= “돼지열병(돼지콜레라)이 발생한 금악리 일대 돼지사육농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게 관리되고 있다. 너무 지저분한 나머지 하얀돼지가 검정돼지로 될 정도다. 또 돼지가 죽으면 돼지분뇨와 같이 섞어 발효를 시켰다. 악취가 너무 심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본다. 어쩌면 돼지열병은 인재(人災)이고, 행정이 관리를 못했기에 관재(官災)라고 본다”며 지난 28일 돼지열병이 발생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일대 양돈장 실태를 제주양돈장피해주민대책위(이하 양돈장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밝혔다.
농림축산부 검역본부는 중국 유입 가능성으로 도내 발생한 돼지 열병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지난 2011년과 2013년에 중국에서 발생한 돼지 열병의 바이러스 유전자와 가장 유사하기 때문에 ‘중국발 바이러스’로 보고 있다. 다만 유입 경로는 추가 역학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양돈장대책위 관계자는 “한 달전 금악리 돼지농장에서는 많은 돼지가 죽어나갔다. 이에 축산과에 신고했고, 담당공무원에게 버려지고 방치되는 죽은돼지 사진도 보여줬다”며 “당시 병든 돼지를 의심해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당공무원은 “축산농가에서 못 들어가게 한다. 만약 돼지가 전염병에 걸리면 너희가 책임 질 것이냐고 해 못 들어가겠다”고 했다는 것. 그는 공무원이 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처사가 못마땅했다고 했다.
돼지 전염병 청정지역이었던 제주에 18년만에 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1347마리가 살처분, 3493마리는 폐기처분돼 모두 4840마리가 아무런 의미없이 사라지는 동물 대재앙을 초래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돼지열병 문제가 발생하자 도지사를 비롯한 농협·축산관계자 등이 제주 청정이미지에 타격을 미칠것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향후 감염병 차단에만 초점을 맞췄지, 돼지농장 관리체계에 대한 논의는 쏙 빠진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금악리 일대에는 모두 154개 돼지 사육 농장이 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때면 축산분뇨 악취로 한 여름에도 문을 닫고 살아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지하수를 비롯한 환경파괴가 심각하다. 최근 이 일대 한 농장에서 지하수 숨골과 농지에 축산’폐수무단투기가 적발돼 형사처벌이 내려졌다. 그러나 솜방방이 처벌수준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농장주는 제주시내 거주하며 간혹 관리만 하고, 모든 농장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만 맡겨놓고 운영하다보니 큰 돼지를 비롯해 새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며 “죽은 후 이에 따른 검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죽은 돼지들은 밖으로 반출돼 분뇨처리 말고도 개에게 먹이로 준다고 한다. 만약 병든돼지가 반출됐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분뇨무단투기, 유해성 액비 아무대나 버리거나, 죽은돼지를 반출하는 데도 행정이 손놓고 있다”며 “축산과로 신고하면 위생과로 연락하라 등 나서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게 지금까지의 행정이다. 이대로라면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살아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1997년부터 세계동물보건기구로부터 돼지열병 비백신 청정지역으로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양돈장 관리는 참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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