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사람마저도 부끄럽게 만드는 이 대사(2004년 MBC 드라마 ‘불새’)는 당시 6년 차 아이돌 에릭을 배우로서 대중에게 선명하게 각인시킴과 동시에 연기력 논란에 빠뜨렸다. 낯간지러운 대사를 태연하게 소화해낼 뻔뻔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룹 신화로 활동할 때도 이제 30줄을 바라보는 팬들을 향해 “공주”라고 부르는 이민우나 계란 한판을 훌쩍 넘긴 나이로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마구잡이로 하트를 발사하는 앤디 등 뻔뻔하게 여전히 철없음을 자처하는 멤버들과는 다르게 점잖았던 그인지라 지난달 종영한 tvN ‘또 오해영’이나 그 직전 작품인 KBS ‘연애의 발견’(2014)처럼 보통의 사랑을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에서 더욱 빛났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에릭은 ‘또 오해영’을 “인생작”으로 꼽았다.
‘또 오해영’을 이끈 건 8할이 아이돌이다. 그룹 신화를 18년째 이끄는 에릭과 각각 밀크와 러브로 데뷔한 서현진과 전혜빈이 주연을 맡았다. 퍽 분량이 많았던 허정민은 밴드 문차일드로 활동한 바 있고, 허영지도 이 작품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걸그룹 카라 소속이었다. 출연진들은 “모두 가수 출신이라 전우애를 느끼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하고는 했다.
주연 배우 중 맏형인 에릭은 “사실 잘되니까 전우애니 했던 거지 처음에는 정말 걱정이 많았다. 아이돌 출신이 한두 명만 있어도 색안경을 끼고 보니 말이다. 가수 출신이 이렇게 많은 드라마가 있을까 싶어 드라마 시작할 때는 이런 면이 부각 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더 자랑스럽다”고 했다.
“처음에 대본을 받고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예감하긴 했는데, 현장에서 서현진의 연기를 보고 나서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보물 같은 배우구나, 흥행이 서현진에게 달렸으니 잘 보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서현진이 아니라면 누가 오해영을 그만큼 연기했을까 싶어요.”
‘또 오해영’은 데뷔 18년 차인 에릭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자극이 됐다. “예전에는 작품 끝나고 나면 진짜 다 태워버린 느낌이라 멍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이번 작품으로는 정말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그중 당연히 서현진이 제일 큰 자극을 줬지만, 김지석, 예지원 등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든 배우의 연기가 샘나고 부러울 정도였죠. 그들처럼 이것저것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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