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와 예탁원은 지난달 30일 금융위가 발표한 '2015년 금융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나란히 B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에서 받았던 B등급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그동안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던 거래소는 기재부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벗어난 뒤 금융위와 '경영성과 협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금융위로부터 평가를 받게 됐다.
다만 경영평가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거래소나 예탁원은 더 이상 공공기관이 아니므로 경영평가 기준이나 위원을 밝힐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기재부는 해마다 공공기관을 평가하면서 각 기관별로 평가 기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발표해왔다. 거래소와 관련해서도 비계량, 계량 항목을 나눠 '경영관리 항목 50점' '주요사업 항목 50점'으로 세분화해 평가했다.
평가 위원도 공개했다. 2014년에는 반장식 서강대 교수를 경영평가단장으로 교수, 회계사, 변호사 등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평가단이 공공기관 평가를 실시했다. 금융위의 평가 결과에 대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위는 '거래소는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상장기업 및 투자자를 위한 적극적인 서비스 개발이 미흡하다. 다만 상장유치 실적이 우수한 점을 고려했다'는 두 문장으로 거래소가 B 등급을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거래소의 지난해 순이익은 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71.70% 늘었다. 또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신상품을 각각 45종목 , 68종목 상장시켰다.
지난해 1월에는 처음으로 배출권 시장을 개장하는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힘써왔다는 평가도 받았다. 오히려 증권업계에서는 "상품 및 서비스가 너무 많이 쏟아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금융위가 거래소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영평가 점수를 이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까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거래소 임원으로 수차례 선임되고 있어 이같은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 노동조합은 "평가 결과에서 밝힌 '독점적 지위'는 경쟁상대가 없는 거래소의 상황을 비판하며 지주화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거래소가 S나 A등급 등을 받는다면 지주화 명분이 사라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영평가 성적은 거래소와 예탁원 임직원의 성과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영평가 성적에 따라 임원은 전년도 기본연봉의 0~60%, 일반 직원은 전년도 월기본급 및 기준월봉의 0~100%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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