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에 전달한 인수·합병(M&A) 불허에 대한 최종결정을 오는 15일 통보받게 될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실상 공정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M&A 심사를 두고 일정의 역할론을 강조해왔던 미래부가 여론이 악화되자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비판과 함께 거수기 논란이 점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래부 고위관계자는 6일 "공정위가 인수·합병 불허라는 결론을 내린 만큼, 미래부가 심사에서 그것을 뒤집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공정위로 부터 심사보고서를 통보 받으면, 심사위원회를 꾸려 방송분야와 통신분야로 나눠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공정위의 불허 결론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손 볼게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경쟁 제한성을 이유로 여러 조건을 내걸었을 경우에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심사할 예정이었으나, 그러한 조건 없이 불허라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여기서 할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통신 부문에 10명 안팎의 자문단과 방송 부문 자문단 1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열어 심사에 들어가고, 이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전동의 심사를 위해 바통을 넘겨 받아 심사를 진행한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보고서에서 불허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로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CJ헬로비전 23개 권역 중 15개에서 시장 점유율 60%를 넘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진영은 지역 유료방송의 점유율 기준을 78개 권역으로 환산하면, 합병법인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라가지만, 전국 기준으로 보면 유료방송 1위 사업자 KT보다 가입자 수가 적게 나온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에 기반을 둔 케이블TV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거나 권역을 기반으로 한 점유율과 소유규제를 폐지한 미래부의 정책 방향과도 대치된다는 비난이 일고 있지만, 지난 3월말 공개된 방통위의 ‘2015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서 유료방송 시장획정을 ‘전국 단위’가 아닌 ‘방송구역별’로 결정한 것에 따른 결과라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방통위는 보고서에서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수요대체성(이용자가 선택 가능한 것이 제한적)과 공급대체성(사업자가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 △케이블TV사업자(SO)의 차별적인 상품제공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방송구역별’로 시장을 획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2015년을 기준으로 네트워크 품질, 디지털 전환 정도, 양방향 서비스 제공 수준, 채널당 요금 등에서 차이가 존재하므로 전국이 동질적인 시장상황이라고 간주하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미래부 다른 관계자도 "공정위가 권역별로 유료방송의 경쟁 제한성을 평가한 것은 별 문제가 없으며, 우리가 유료방송 사업자 승인을 할 때도 권역별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료방송 업계의 자발적인 산업재편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M&A 불허로 인해 유료방송 업계의 구조조정이 연기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결국 SK텔레콤의 유료방송 시장을 전국 단위로 획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며, 오히려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안이하게 M&A를 밀어부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심사할 때 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주무부처인 미래부 마저 이런 부분을 좌시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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