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 서울시내 한 아파트에 당첨돼 계약을 맺은 A씨는 최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분양권 전매를 권유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실거주할 계획이라고 밝혀도 계속 설득하는 경우도 많다. A씨는 계약서 작성과 모델하우스 이벤트 참여를 위해 휴대폰 번호를 기재했을 뿐인데, 자신의 정보가 유출된 것이 못마땅하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에서는 조사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파트 등 부동산 분양시장이 개인정보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수요자들이 불편이 겪고 있다. 모델하우스에 한 차례 방문해 상담을 받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면 중개업소로부터 전화나 문자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청약 당첨자 명단이 모델하우스로부터 유출되거나 중개업소에 돈을 받고 파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당 명단에는 이름,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
주민등록번호의 경우 2014년 개정·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수집·이용·제공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유출의 위험이 줄었다. 전화번호 등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당사자 동의 없이 유출이 금지되고, 행정처분에 따라 과태료 등이 부과될 수 있으나 개인정보 중에서 비교적 가볍게 여겨져 유출이 잦다.
문제는 분양 담당 시공사(건설사)는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고,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유출을 입증하는 정황을 포착하기가 어려워 처벌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보 유출에 대해 문제를 삼겠다는 말에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이는 중개업소도 있다는 것이 관련 사례 경험자들의 전언이다.
개인정보는 중개업소를 거쳐 이삿짐센터 등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새 집을 계약한 B씨는 "여러 차례 이사를 다녀봤는데 이번처럼 이삿짐센터 등에서 견적을 제안하며 전화온 경우는 없었다"며 "부동산에 확인해보니 2~3곳에 내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몰라 난감하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종종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문의 전화가 오는데 해결해 줄 방법이 없어 죄송할 따름이다"며 "개인정보 보호 강화 차원에서 규제를 통해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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