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중국의 '밥솥 원정대'는 사라질 수 있을까? 최근 중국인들의 소비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제품의 질을 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전기밥솥은 이같은 중국의 흐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상품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중국 제조업의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예전에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렴한 물건을 생산해내면서 성장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임금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이제 앞선 기술의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IMF 중국 대표였던 에스르 프라사드는 "문제는 중국의 경제가 그저 값싸고 질나쁜 물건들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만족할만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예를들어 그동안 중국기업들이 만들어낸 밥솥은 대략 한국돈으로 2만원이 조금 넘는 저렴한 것들이었다. 고장도 많이나고 가끔씩 화재를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수준이 낮았던 중국인들은 이런 밥솥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가격보다는 제품의 질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눈을 돌린 것은 국외다.
특히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기업들의 제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인들은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밥솥뿐만 아니라 각종 생필품과 화장품들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사들고 온다. 지난해 중국인들이 국외에서 소비한 돈은 2150억달러에 달한다고 세계관광협회(WTTC) 자료를 인용해 WSJ는 전했다. 이는 중국의 국방 예산을 웃도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상황을 중국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기업들에게 제품의 질을 높이는 '혁신'을 이뤄낼 것을 주문했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발표한 올해 업무보고서에서 '혁신'을 64번이나 언급된 것은 중국 정부의 이같은 의지를 잘 나타내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가전업체인 메이디(MIDEA)와 샤오미(XIAOMI) 등은 첨단기술을 도입한 전기밭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이디는 최근 한국 기술자를 영입하고 직원들을 일본 공장으로 파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이디가 제품 개발을 위해 사들이는 쌀은 1년에 200톤에 이를 정도라고 WSJ은 전했다. 샤오미 역시 최근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전기밥솥은 개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바코드를 통해 쌀의 품종을 구별하고 이에 맞게 밥을 짓는 것이다. 기리(GREE) 전기 역시 '밥솥을 사러 일본에 갈 필요가 없다'는 구호를 내세우며, 질좋은 제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같은 전기밥솥 분야의 변화는 중국 제조업 전체가 맞닥뜨리고 있는 변화를 대표하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에서 성공할 경우 중국 경제가 진정한 체질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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