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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기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 CGV여의도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 60명과 함께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을 관람하고 이같이 말했다. 인천상륙작전은 6·25전쟁 당시 불가능해 보였던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첩보전 '엑스-레이'(X-RAY)에 투입됐던 우리 해군과 특수부대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는 작품을 해마다 1~3편씩 배출하는 한국에서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문화향유 수단 중의 하나다. 1인당 8000~9000원, 많게는 1만2000원 정도 하는 영화 티켓값이 적정한지는 차치하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김 장관도 한 개인으로서 어떤 영화든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그의 관람 소식은 당일 아침 문체부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알려졌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리암 니슨의 등장만으로도 흡족하다' 등의 호평과 '두 시간짜리 반공 영화' '시대 역행' '겉멋 든 영웅주의' 등의 혹평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은 논외로 하더라도, '자연인 김종덕'의 영화 관람과 '문체부 장관'의 그것은 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그렇지만 그는 한 나라의 문화·예술·체육·관광·종교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주무부처의 수장이다. 그가 인천상륙작전 관람평에서 밝힌 것처럼 '자유와 번영'에 주목한다면 악덕재벌과 범죄에 맞서는 형사의 이야기 '베테랑'(감독 류승완·2015년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도 봤어야 했고, '고마운 분들의 용기와 업적'을 느끼고 싶다면 1930년대 친일파 제거작전을 다룬 '암살'(감독 최동훈·2015년 박스오피스 2위) 상영관도 찾았어야 했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말이다.
김 장관은 문체부 누리집에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문화정책을 만들어가겠습니다"고 인사말을 올려뒀다. 그의 '수상한' 영화 관람도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문화정책인지, '문화융성' '창조경제'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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