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정상회담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지만, 향후 다양한 전략적 소통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사드 관련 협의의 여지를 남겼다.
또 시 주석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시급성과 엄중성에 우려를 공유하면서 “중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계속 완전하고 엄격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대북 제재 공조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일단 숨통은 트였다.
지난 7월 한반도 사드배치 공식발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한중 정상은 이날 서호 국빈관에서 오전 8시27분부터 9시13분까지 약 46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자위적 방어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하고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더욱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중국측 주장에 대한 답변으로, 대북 압박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위협이 제거되면 사드가 불필요하다는 '조건부 사드배치론' 등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미중간 소통을 통해서도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중 양국간 전략적 소통은 물론 한미중간 소통 채널을 가동해 포괄적 논의를 해나가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자위적 방어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한중 정상간 사드 문제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사드 이슈를 잘못 다루면 동북아 지역 내 전략적 안정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논쟁도 격화시킬 수 있다”며 '사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한 것은 중국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시 주석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사드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조건부 사드배치론'에 시 주석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에 "앞으로 실제 배치까지는 시간이 있다"면서 "지금 (사드 문제가) 매듭지어지고 그런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계속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로간 공통 이익은 확대하고 서로 이익 다른 부분은 전략적 소통 통해서 한중 관계발전의 역사적 대세를 강화해나가자는 이야기"라면서 "양국 정상은 구동존이(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차이는 남긴다)를 넘어 구동화이(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감대를 확대한다)를 강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중 정상이 내년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한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FTA 활용, 산업협력단지 투자협력기금 조성, 제3국 공동진출, 인적교류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양국간 경제협력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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