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달 30일 중국을 방문했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방중 첫날 중국기업가클럽이 개최한 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깜짝발언을 내놓았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국가 중 하나이며, 그동안 중국과 대립각을 세워왔었던 캐나다다. 트뤼도 총리는 이 포럼에서 중국기업가클럽 회장인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과 환담하며 양국간 경협을 논의했다.
중국기업가클럽은 지난해 10월에 독일과 이탈리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19명의 방문단은 당시 이탈리아 총리, 독일 재무장관을 만나 경제협력기회를 모색했다. 이 정도면 중국기업가클럽은 중국 재계를 대표하는 모임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중국에는 4대 재계모임이 있다. 이 중 가장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 중국기업가클럽이며, 나머지 세곳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중국 재계의 4대 패밀리를 소개해본다.
◆기라성같은 기업인 총집결, 화샤동창회
2013년 3월22일 오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의 알리바바 본사에 고급 관광버스가 도착했다. 이 버스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 궈광창(郭廣昌) 푸싱(復興)그룹 회장, 펑룬(馮侖) 완퉁(萬通)제약그룹 회장, 구융장(古永鏘) 유쿠투더우(優酷頭都) 회장, 류융하오(劉永好) 신시왕(新希望)그룹 회장, 리둥성(李東生) TCL그룹 회장, 차오궈웨이(曹国偉) 시나닷컴 회장, 쟝난춘(江南春) 펀중(分眾)미디어그룹 회장, 마밍저(馬明哲) 평안보험 회장 등 기라성같은 30여명의 경제인들이 차례로 내렸다. 이들은 비밀리에 운영되던 화샤(華夏)동창회의 멤버들이었다. 당시 동창회 회장인 마윈을 따라 알리바바를 견학하던 행렬이었다. 화샤동창회의 활동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있지만, 당시 찍힌 사진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다.
화샤동창회는 베이징의 장강비즈니스스쿨(長江商學院)이나 상하이의 중국유럽비즈니스스쿨(中歐商學院) CEO교육과정을 이수한 기업인들이 자연스레 모임을 가지면서 형성됐으며, 2005년 정식으로 설립됐다.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동창회의 회장을 맡으며, 1년에 두번씩 정기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정기모임 불참자는 수만위안에 달하는 벌금을 내며, 이 벌금은 화샤(華夏)자선기금을 통해 에이즈고아를 돕는데 사용한다.
화샤동창회는 회의 동정이나 클럽에서 주고받은 대화 등은 일절 매체에 공개하지 않는 철저한 비밀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모임에서는 기업회장들의 최고급정보들이 오간다. 완통그룹의 펑룬 회장은 “화샤동창회에서는 어느 방송매체나 MBA수업보다도 훨씬 깊이 있는 대화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2008년 멜라민사건이 발생했을때 화하동창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유업체인 멍뉴(蒙牛)를 도왔던 일은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당시 멜라민파동으로 멍뉴가 부도위기로 몰리자 회사 설립자인 뉴건성(牛根生)은 화샤동창회 멤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류촨즈(柳傳志) 레노버 창업자는 곤경에 처한 회원을 도와야 한다며 곧바로 2억위안을 지원했고, 위민훙(俞敏洪) 신둥팡(新東方) 회장과 장난춘 펀중미디어 회장은 5000만위안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동창회 멤버들이 멍뉴의 백기사로 나서 주가하락을 막았다. 멍뉴는 이를 기반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정치사회 대화를 나누는 태산회
1993년 중국민영과학기술실업가협회 소속의 몇명 IT 기업인들은 산둥(山東)성에서 만나 새로운 모임을 조직하기로 뜻을 함께 했다. 마침 위치가 산둥성이었기 때문에 명칭을 태산(泰山)산업연구원으로 정했다. 2005년 연구원의 구성원을 16명으로 제한하고 매년 1명씩의 신입회원을 받아들이기로 한 후 명칭을 태산회로 바꿨다.
류촨즈 레노버 창업자가 태산회의 회장이며, IT기업인 스통(四通)그룹의 돤융지(段永基)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루즈창(盧志強) 판하이(滼海)그룹 회장, 장웨(張躍) 위안다(遠大)그룹 회장,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 스위주(史玉柱) 쥐렌(巨人)그룹 회장 등이 멤버다. 이 밖에 원로 경제학자 우징롄(吴敬琏)과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총서기의 아들인 후더핑(胡德平)이 고문을 맡고 있다.
태산회 역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결코 외부에 발설하지 않으며, 어떤 모임에도 외부인사를 초청하지 않는다. 2013년 11월 태산회설립 20주년 기념모임이 대만에서 개최됐었다. 당시 대만 매체들은 "중국 최고의 갑부들이 대만에 모였다"며 "이들의 자금은 대만정부 예산의 몇배가 넘고 IT,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류촨즈 회장이 당시 20주년 행사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온 후 "모임에 결석하면 벌금은 1만위안이지만, 다음부터는 20만위안이다"라며 "모임에서는 기업운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정치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태산회는 1994년 스위주 쥐런그룹 회장이 위기에 닥쳤을때 똘똘 뭉쳐 기업을 살려냈다. 당시 쥐런컴퓨터는 자사제품에 마이크로소프트사 소프트웨어를 불법설치해 MS로부터 기소를 당했고, 자금압박으로 인해 건설사업들이 좌초됐다. 돤융지 이사장은 태산회인맥을 총동원해 쥐런그룹에 자금원조를 단행했다. 재기에 성공한 스위주회장은 이후 빠짐없이 태산회에 참석하고 있다.
◆왕성한 사회활동, 중국기업가클럽
화샤동창회와 태산회가 비밀주의를 지향한다면 중국기업가클럽은 공개활동을 위주로 하며 언론노출도 잦다. 자체적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멤버들의 기업이념도 소개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중국기업가클럽은 그동안 류촨즈 레노버회장이 회장직을 맡아왔지만 지난 5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클럽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설립당시 31명의 멤버로 출범했다. 전체 멤버의 동의가 없으면 신규멤버로 가입하지 못한다. 현재 멤버수는 51명이다. 클럽 멤버수 상한선은 60명이다. 이제 9장의 티켓밖에 남지 않은 것. 2014년 클럽 46명 멤버의 업체 매출액 합계는 3조 위안(약 536조원)을 넘어섰다.
주요 멤버로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뉴건성 멍뉴그룹 회장, 리둥성 TCL 회장, 위민훙 신둥팡 회장, 궈광창 푸싱그룹 회장, 왕스(王石) 완커(萬科) 회장, 주신리(朱新禮) 후이위안(匯源)음료 회장, 리수푸(李書福) 지리(吉利)자동차 회장, 리둥성TCL 회장, 펑룬 완퉁그룹 회장 등이다. 경제학자로 우징롄(吳敬璉), 장웨이잉(張維迎), 저우치런(周其仁), 쉬샤오녠(許小年)등이 고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업가클럽은 자신들의 목표를 ‘재계 지도자를 육성' '지구상 가장 영향력이 큰 비영리단체'로 삼고 있다. 마윈 회장은 지난 5월 클럽회장 취임식에서 “기업에서 기업인이 내리는 결정은 도덕, 가치관, 사회적 책임과 상관이 있으며, 기업인이란 무릇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한 기업가클럽 회원들은 수시로 만나서 술도 마시고 자유분방하게 의견을 교환한다고 한다. 마윈 회장이 이 자리에서 회포를 풀다가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고, 위민훙 회장이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저장성 소수정예 강남회
강남회(江南會)는 2006년 저장(浙江)성 상인들이 만든 경제인 클럽이다. 창립회원은 마윈 알리바바 회장, 부동산기업 저장뤼청(浙江綠城)의 쑹웨이핑(宋衛平) 회장, 제약기업인 칭춘바오(青春宝)그룹의 펑건성(馮根生)회장, 유통업체인 인타이(銀泰)투자의 천궈쥔(沈國軍)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 완샹(萬向)의 루웨이딩(魯偉鼎)회장, 게임업체인 셩다(盛大)인터넷의 천톈챠오(陳天橋)회장, 푸싱그룹 궈광창회장, 인터넷포털 왕이(網易)의 딩레이(丁磊)회장 등 8명이다. 8명은 강남회 발족 당시 의형제를 맺었다고 한다.
클럽회원은 종신제며, 연회비는 20만위안(한화 약 3500만원)이다. 신입회원은 1년간의 '예비회원'기간을 거친후 정식회원이 된다. 특히 이들은 의협심을 강조한다. 청나라의 거상 호설암(胡雪岩)을 존경하며, 호설암의 ‘선의후리(先義後利, 의가 먼저이며 이익은 나중이다)’를 내세운다.
다분히 무협지에 나올법한 문화색체를 띄며 ▲서도(書道, 책) ▲다도(茶道, 차) ▲금도(琴道, 악기) ▲화도(花道, 꽃) ▲향도(香道, 향)의 5도(五道)를 중시한다. 함께 차를 마시며 역사와 문화이야기를 즐겨한다고 한다. 또한 회원에게는 평생 단 한번 사용할 수 있는 ‘강남령(江南令)’이 부여된다. 강남령을 발동하면 나머지 회원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그 회원을 돕는다는 것.
실제 2012년 강남회 회원인 쑹웨이핑 회장의 저장뤼청이 자금난에 빠졌을 때 마윈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알리바바 직원들이 뤼청의 주택을 구매하도록 독려했다. 지난해 개교한 창업전문대학인 '후판(湖畔)대학' 역시 강남회의 작품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