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톺아보기] '최저임금' 위 '생활임금'…저임금 해소 대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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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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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민주 "생활임금, 노동자 삶의 질 향상 기여" vs "근본 대책 아냐…최저임금제 강화가 중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촉구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7.12 [연합뉴스]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19대 총선 당시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청소노동자 김순자씨를 기억하십니까.

김순자 민주노총 연대노조 울산과학대 지부장이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직접 바꿔보겠다며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잠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지난 4년간 정치권과 언론의 무관심 속에 여전히 사용자 측과 싸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2014년 6월 당시 108만원의 월급을 '생활임금' 수준인 126만원으로 올려달라며 파업 농성을 시작하자 학교 측은 용역 업체 계약을 해지해버렸습니다. 그는 복직을 위해 투쟁 중입니다.

문제는 '저임금'입니다. 국회 한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먹고사는 게 불가능해지니 강경한 노조 운동에 나서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20대 국회에서 저임금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치권이 개입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적정 임금을 함께 정해보자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모두 지난 20대 총선 과정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했지만,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요원해 보입니다. 2017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6470원으로 올해 6030원보다 7.3% 인상된 데 그쳤습니다. 임금이 인상되면 일자리가 줄고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논리가 매년 '찔끔 인상'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야 소비가 늘고 경기가 부양된다고 주장합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 인상저지 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16.7.12 [연합뉴스]


◆ '생활임금' vs '최저임금'…더민주 "생활임금, 노동자 삶의 질 향상 기여"

우선 더민주에선 '생활임금제' 확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생활임금이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뜻하는데요. 당연히 최소 생계비 수준인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됩니다.

문제는 최저임금제도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두 제도의 개념이 상충한다는 점입니다. 더민주의 주장은 이미 최저임금제가 법률로서 시행되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생활임금 수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권을 갖고 조례로 정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4일 더민주 민주정책연구원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생활임금제는 광주 광산구와 경기 성남시, 서울 성북구 등 전국 224개 지자체 중 53개(21%)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2017년 이전 시행 예정입니다. 지자체 예산이나 지역별 물가, 고용 지수 등을 기준으로 지자체 내에서 결정하는 탓에 지자체마다 생활임금이 다른데 이것도 논란거리입니다. 광주 광산구는 8910원, 광주 서구는 6520원으로 차이가 꽤 큽니다.

논란은 있지만 더민주 을지로위는 지자체장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의 방식으로 생활임금제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장 측 관계자는 "야당 소속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생활임금을 시행해보니 노동자들이 틈틈이 돈을 모아 외식도 하고 여행도 하는 등 삶의 질이 달라졌다"면서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는데 생활임금제가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을지로위 생활임금 추진단의 단장인 김경협 더민주 의원실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국가가 정해서 '얼마 이상은 안 돼'라는 것이지만 생활임금은 지자체 내에서 (시의원 등이) 액수를 얼마로 하느냐 하는 등의 논의 과정에서 '협치'를 필요로 한다"면서 "의견이 충돌하는 과정에서도 하나의 합의점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 자체가 의미가 있다. 그게 사회 발전의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생활임금 도입이 결정되면 지자체 내에서 자연스럽게 저임금 대책을 논의할 공론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임금 인상은 안 된다'는 쪽과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 사이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 적정 수준의 타협이 이뤄진다는 뜻입니다.

생활임금은 현재 지자체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직접고용 노동자가 주요 대상입니다. 간접고용노동자와 민간업체까지 미치게 되려면 갈 길이 아직은 먼 셈이지요.

◆ "생활임금은 근본 대책 아냐…최저임금제 강화가 중요"

이와는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생활임금제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그보다는 최저임금 인상과 경제 구조적 문제에 더 관심을 둡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나은 임금을 공공 분야에서부터 하자는 것이니 지불 능력을 감안해 할 수 있는 곳에 권장하면 좋다"면서도 "문제는 공공 부문에만 해당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생활임금제 확산보다) 사회적 타협을 통해 하청이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소득 재분배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최저임금도 올리고 근로장려세제(EITC),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제도 개선안과 대기업 정규직과 사용자 측이 양보해 비정규직 임금 인상이 되도록 사회적 논의가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의당도 생활임금제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또 민간기업 임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기업 임원은 10배 이내로 임금을 제한하는 최고임금제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생활임금제, 최고임금제 등은 모두 사회 양극화를 줄이려는 정치권 노력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의 가치가 100배 이상의 임금 격차를 지닐 수 없다는 기본적인 상식에 기반을 둔 정책입니다. 현재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까요? 앞으로 정치권이 저임금 해소를 위해 어떻게 지혜를 모아나갈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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