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세교 신도들 "70년대 박근혜 행사 때 반강제 동원돼 1만5000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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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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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사 때 열심히 꽃다발을 흔들라는 지시도 있어"

영세교 창시자 고 최태민 목사(왼쪽)와 박근혜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박정희·박근혜 관련 행사 때는 영세교 신도들이 반강제로 동원됐다."

31일 오전 인천의 모 교회 근처에서 만난 김옥경(가명)씨와 박선영(가명)씨는 1970년대 영세교 신도로 활동한 당시를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영세교 신도 출신이었던 김씨와 박씨는 기독교로 전향해 현재 집사 신분으로 교회 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와 박씨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영세교의 선교활동을 털어놓겠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영세교는 최근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로 드러난 최순실(60)씨의 아버지 고 최태민 목사가 1970년대 여러 종교를 혼합해 만든 종교다.

최 목사는 생전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을 가졌으며, 천주교 세례를 받았지만 승려가 된 적도 있는 목사로 활동 자체가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는 영세교를 세우고 본인을 '영세계 칙사'라고 칭하며 영혼합일법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최 목사와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1974년이었다. 당시 최 목사는 육 여사가 세상을 떠나고 상심에 빠진 박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서신을 보내 "어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호감을 느낀 박 대통령은 최 목사에게 ‘대한구국선교단’을 발족하라고 명했다. 1976년 최 목사가 여러 단체를 통합해 만든 ‘새마음 봉사단’의 총재를 지냈다. 

김씨와 박씨는 당시 새마음 봉사단 행사나 박 대통령의 행사 때 영세교 신도들이 반강제적으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1979년 6월 한양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회 새마음 제전’에서도 영세교 신도 50여명이 동원됐다"며 "동원되기 전 영세교 간부가 50여명에게 수고비로 각각 1만5000원을 줬다"고 털어놨다. 

1970년대 당시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월급이 10만~14만원인 걸 고려할 때 1만5000원은 적은 돈이 아니었다.

이어 김씨는 "나는 새마음 제천 행사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영세교 간부가 '영세교 신도 중 당신만 빠지면 되겠냐'고 면박을 줘 어쩔 수 없이 행사에 갔다"며 "동원된 50여명 중 대부분 반강제로 행사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옆에서 김씨의 말을 듣던 박씨는 새마음 제천 행사에서 신도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시까지 받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박씨는 "행사에 동원되기 전 영세교 간부가 '행사 중 귀빈들이 손을 흔들거나 지나가면 열심히 꽃다발을 흔들고, 귀빈 근처에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지시를 어기면 지급했던 수고비를 회수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새마음 제천 행사뿐만 아니라 박정희·박근혜 관련 행사에 동원돼 갔다"며 "영세교가 매년 10여 차례의 관련 행사를 열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씨와 박씨 모두 최근 최씨의 국정 농단 의혹 등 논란에 대해서 예견된 일이라며 영세교를 수사해보면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당시 정부 인사가 영세교 예배당에 떡 수십 상자를 가져와서 나눠줬다"며 "당시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영세교 간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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