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팔팔 끓지도 않고, 입 속이 쨍할만큼 차지도 않은, 티아라는 딱 몸을 녹이기 좋을만큼 식은 미지근한 물 같았다. 사실, 이런 적당한 미지근함을 스타들에게 찾기란 쉽지 않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티아라는 표정이 많았다. 어떤 멤버는 열과 성을 다해 신곡을 설명했고 또 어떤 멤버는 오후 1시 타임 때와 지금이 다르다며 떨어진 체력을 실감하고 있기도 했다. 한쪽에선 새 앨범 얘기를 하는데 다른 쪽에선 2011년~2012년 활동 당시 이야기가 나왔다. 인형같은 걸 그룹이 아닌 인간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2009년 데뷔한 티아라는 올해로 데뷔 8년차를 맞았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많은 그룹들이 해체 수순을 밟은 것으로 미뤄볼 때 이들의 활동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고양이 손을 하고 '보핍보핍보핍보핍'이라 외치던 이들이 팬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회상하는 '띠아모'로 컴백한 것은 8년이란 긴 시간을 실감케 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제야 비로소 티아라는 시작에 섰다.
"거두절미하고 정말 팬 여러분들하고 좋게 활동하고 싶어요. 계속 꾸준히, 앨범을 낼 수 있는한 계속 소통할 수 있길 바라요. 좀 더 멋지고 나은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연예인이 돼서 지켜준 팬들한테 보답하고 싶어요."(은정)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것이다. "월드투어를 하고 싶다"거나 "차트 1위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티아라에게도 없었을 리 없다. 실제 이들은 2011년에는 '롤리폴리'로 2012년에는 '러비더비'로 음원사이트 멜론의 연간 순위 1위를 찍었을만큼 '핫'한 그룹이었으니까. 하지만 멤버 교체와 왕따 논란, 이후 중국에서의 성공 등 부침 많았던 지난 시간은 티아라를 아이돌 그룹이 아닌 파도를 견뎌내는 인간으로 성장시켰다.
"이젠 재밌게 하는 게 1순위에요. 1위를 하고 싶고, 뭘 얻고 싶고, 뭘 하고 싶고 이런 것보다 그냥 '이번 활동도 재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앨범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효민)
분명 욕심이 없는 게 아닐텐데, 이렇게 말하기까진 수많은 사고 과정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터다. 사는 게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꼭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은 듯 이들은 모든 일에 "괜찮다"고 답했다. 멤버들은 "1위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시 전성기 때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속 깊은 면모를 보였다.
"씁쓸하긴 하죠. 목표라는 게 어느 순간부터 많이 없어지긴 했어요. 근데 이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크게 부담을 가질 그런 것도 없고. 오히려 팬들한테는 조금 미안하죠. 팬들은 저희가 1위하면 좋을 거 아녜요. 근데 팬들도 좀 마음을 내려놨으면 좋겠어요."(효민)
이때 은정이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보되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거지. 스트리밍은 최선을 다해 해보된 결과에 연연하진 말자고"라고 하자 옆에 있던 지연이 "아유"하며 고개를 저었다. "차트 1위 못 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뒤따랐다.
결과보단 과정, 팬들과 교감에 무게중심을 둔 앨범인 만큼 '티아라적인 것'에서 벗어나 해 보고 싶었지만 그간 못 해본 것들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소연은 '띠아모'의 콘셉트에 대해 "멤버들이 다 하고 싶었지만 거의 유일하게 못 해본 콘셉트. 의상이나 무대, 안무, 노래 등이 여느 걸 그룹이라면 다 할 법하지만 반대로 우리는 안 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연은 이 노래를 "막 집중해서 듣기 보단 그냥 대화할 때 배경음악으로 깔아 두면 좋을 음악"이라고 평했다. 그만큼 부담 없고 듣기 편하다.
"악플도 무플보다 낫다"는, 초탈한 것 같은 티아라에게 목표가 있다면 그룹으로서 오래 활동하는 것이다. 소연은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는 팬들도 있더라. 그런데 아직은 그런 고민하지 않고 즐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다"는, 팬들에게 안도가 될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보람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것 때문에 걱정을 하는 것 같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멤버들과 입을 모아 "티아라라는 이름을 꼭 가져가고 싶다. 우리는 계속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우리끼리는 애증의 티아라라고 해요. 너무 싫을 때도 많지만 제일 소중한 거죠. 우리의 젊은 나날을 여기에 쏟았으니까요. 티아라는 지금 우리의 전부예요."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