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1.25%로 동결했다.
정부가 잇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계부채 급증세가 잡히질 않고 있어 한은이 섣불리 금리 조정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져 셈범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한은은 11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 수준으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이에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낮춘 이후 다섯 달째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급증세가 꺾이질 않는 가계부채가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8월 25일 주택시장 공급물량 규제를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10월에는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 특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7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2010~2014년 평균 증가액(3조9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한 집단대출 취급으로 10월 한 달간 5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 6월 말 1257조원을 기록한 가계부채는 현재 130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결제은행(BIS)는 지난 9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을 바탕으로 국가별 민가부채 리스크 누적 정도를 평가, 우리나라를 '주의' 단계로 분류했다.
또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아직 시장에서는 최근 경기 상황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초래할 혼선 등을 고려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월 열리는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고 불안감이 증폭될 경우 금리 인상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펼쳐나갈 경제 정책이 확인되지 않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미 연준이 연내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여지가 생긴다.
그동안 한은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을 우려해 추가 금리 조정에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최근 생산, 투자, 수출 등이 모두 부진한데다 김영란법, 삼성전자 갤러시노트7 사태, 최순실 게이트 등까지 겹치며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금리인상이 미뤄질 경우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춰 경기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뿐만 아니라 국내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한은의 운신 폭이 그리 크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르면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이 급격히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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