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공중분해 한진해운,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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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5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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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산업부 기자)]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경영자로서 회사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고 임직원한테 미안하다.”

석태수 한진해운 대표이사가 10일자 서한을 통해 밝힌 내용 중 일부다.

한진해운의 해상직원 600여명이 12월부터 실업자 신세로 전락한다. 이뿐 아니라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협력업체 등으로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늘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지 77일이 지났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 8월 30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을 두고 “채권단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 원칙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며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원칙은 준수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졌을 때 관련업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적 해운사의 공중분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게 공통된 견해였다. 과연 누구에게 실익이 있느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그렇다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졌을까. 결과가 말해주듯, 선순환은 커녕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하고, 수출기업에 직격탄을 날렸으며, 경쟁사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적 해운사가 이렇게까지 몰락한 이유는 과연 뭘까. 물론 한진해운이 글로벌 해운업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 하지만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이 있는 회사에 평창올림픽 공사를 맡기지 않았다는게 하나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소위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 지금의 현실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최근 만난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같은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윗선에서는 알기나 하겠느냐”고 대뜸 반문했다. 이어 “복수의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정부측은 이를 무시하거나 방관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 10년 뒤 돌아올지 모를 책임까지 떠앉아야 한다는 말이다. 산소호흡기를 떼야 할 상황까지 내몰린 한진해운의 가해자는 과연 누구인지 정부와 채권단 관계자들에게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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