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대통령이 '원조친박'(친박근혜) 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수사 대비 모드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15일 검사 출신인 유영하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를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유 변호사는 연수원 수료 후 창원지검, 청주지검, 인천지검, 서울지검 북부지청 등에서 7년 동안 검사로 일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법률지원단장을 지내고 2010년에도 법률특보를 역임하며 박 대통령과 인연을 이어왔다.
청와대는 다음 주 이후로 조사 일정이 잡히길 기대하는 눈치다. 다음 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전직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서 추가로 밝혀지는 내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또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 관련 의혹 사안이 모두 정리된 뒤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향후 검찰과 조사 일정·방법을 성실히 협의해 그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리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해 맞춰달라고 했다. 저희가 준비가 되면 당연히 응할 수밖에 없지만 물리적으로 어제 선임됐다"며 "이 사건 검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재차 조사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중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될 수 있어 최소한의 헌법상 보호장치, 내란 외환죄가 아닌 한 조사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조사 방식과 관련해서도 청와대는 대통령 국정 수행에 지장을 덜 초래할 수 있도록 가급적 서면조사를 바라는 분위기이지만,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낱낱이 규명하고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직무 수행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진행돼야 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을 조사한다면 되도록 서면조사를 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경호문제를 고려해 청와대 안가(안전가옥)나 연무관 등에서 조사하는 방안도 유력하지만, 청와대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제3의 장소'를 물색할 수도 있다.
유 변호사는 최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 상의해 박 대통령에 대한 방어논리를 다듬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이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만, 향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은 주변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따른 국민적 분노와 질책을 통감하고 비판을 묵묵히 받아들이려 한다"며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고 그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았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 매우 가슴 아파 한다"고 박 대통령의 현재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은 또다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 있어 주목된다.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에 관한 박 대통령의 지시는 정상적인 국정 수행의 일환으로 위법행위가 아니며, 그 과정에서 벌어진 최 씨 등의 측근 비리는 알지 못했다고 변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에 대한 재단 강제모금 의혹에 대해선 박 대통령이 재단이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업무지시를 내린 것이지, 위법행위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강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최 씨에 대한 연설문 등 사전유출 의혹은 박 대통령 본인이 상당 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한 만큼, 구체적인 경위를 설명하면서 민감한 국가기밀이 없었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까지는 아니라고 강조할 것이라고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검찰 조사를 마치면 여야가 합의한 특별검사 수사에도 현 체제로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 추천 특검이 수사를 지휘하는 데다 최 씨의 국정농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세월호 7시간' 논란까지 특검 대상에 포함되면서 더욱 강도 높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준비에 만전을 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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